사재출연 압박 등 경영진 책임 여부와는 별개
[뉴스핌=김지유 기자] 금융당국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의 한진해운 주식 처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25일 주요 주주였던 최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율협약 신청 움직임을 사전에 알고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 한진해운에 대한 손실회피를 했는지 조사키로 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오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공식 신청한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이 최 회장 일가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하며, 정부가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 사채출연 등 자구노력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현행 자본시장법 174조에 따르면 회사 임직원과 주요주주 등을 내부자로 규정하고, 미공개정보를 알게 된 내부자가 이를 주식거래 이용하면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회사 임직원이나 주요주주 등 내부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회피하면 불법거래로 취급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관계자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했다"며 "조사과정에서 주식거래상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여부가 있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 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더 자세한 사항은 현재 조사 중이기 때문에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 직전 한진해운 주식을 처분한 것을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을 이끌 때 모습 <사진=뉴시스> |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은 지난 22일이다.
최 회장과 장녀 조유경씨, 차녀 조유홍 씨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6~20일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0.39%)을 전량 매각했다.
한진해운이 지난 21일 공시한 바에 따르면, 최 회장은 총 37만569주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장녀 조유경씨는 보유하고 있던 29만8679주를 매각했고, 차녀 조유홍씨도 29만8679주를 전량 처분했다.
이날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이 공식 신청되지만, 실제 개시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채권단 내부에서 경영 부실을 자초한 대주주 사재 출연 등을 통해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의 자율협약 신청 전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점도 불을 지피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조사는 주식거래의 불법성 여부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관계자는 "우리는 주식거래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고, 한진해운 경영진의 사재 출연 등에 대한 시각과는 별개의 문제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제수다. 최 회장의 남편이자 조 회장의 친동생 조수호 회장이 지난 2006년 별세한 이후, 최 회장은 한진해운을 독자 경영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제공받게 됐고, 최 회장은 같은 해 4월 경영권을 조 회장에게 넘겼다.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긴 최 회장은 한진해운홀딩스 사명을 유수홀딩스로 바꾸고, 해운업 관련 IT사업과 음식점업, 프랜차이즈 사업을 접목해 외식업에 진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