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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 조선·해운, "돈 살포만으론 역부족..큰 그림 그려야"

기사입력 : 2016년05월03일 14:54

최종수정 : 2016년05월03일 15:21

전문가들, 미래 위해 기업 생존 필요 지적.."경쟁력 제고 위한 지원 모색돼야"

[뉴스핌=조인영 기자] 조선·해운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해선 보다 큰 틀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기 원인을 먼저 냉정히 살핀 뒤 정부와 기업, 근로자간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조선시장의 수주가뭄이 오는 2017년 말부터 해소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년간의 보릿고개 후엔 시황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리한 설비·인력감축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보다는 각 조선사들의 생존전략에 맞는 합리적인 사업재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구조조정협의체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박사는 "한국 조선업 위기는 경쟁력이 저하돼 생긴 문제가 아니다"라며 "무리한 구조조정은 핵심인력을 잃게 되고 경쟁력을 중국에 넘기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LNG연료 또는 석유계연료를 택할 것인 지에 대한 선사들의 관망이 지속되고 있으나, 적어도 2017년부터는 신규투자가 예상된다"며 "한국 조선사들은 에코십 등 신조선 시장과 함께 교체수요를 꾸준히 확보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선종 특화 등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 1위 위상에 맞는 사업전략을 갖출 필요가 있다. 조선소들 마다 한 두 선종에 특화된 사업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같은 가격으로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동일 선종을 집중 건조할 때와 여러 선종을 동시 건조할 때 수익성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D 투자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기술력 발전을 위해선 대형사와 중형사간 협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양종서 박사는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 사례처럼 빅3와 중형사간 기술제휴가 필요하다. 특히 중형사들이 취약한 영업을 대형사들이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SDARI(CSSC 소속), MARIC(CSSC 소속), 상해 Bestway 등 R&D전문 기관을 두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비용효율 면에서 유리하며 선박의 원가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일본 역시 조선사들이 출자해 만든 공동 R&D 시스템으로 새로운 선형을 개발한다.

현대상선 구조조정의 운명을 결정할 첫번째 시험대인 사채권자집회가 1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사옥에서 열렸다. 오는 4월 7일 만기도래하는 공모사채 1200억원에 대한 만기를 3개월 연장하는 안건을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해운산업의 경우, 해운업에 특화된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비롯한 국내 선사들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금융권은 물론, 이해관계자간의 책임 있는 역할이 요구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선사들은 다른 글로벌 기업 보다 은행에 높은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국내 선사들이 원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선박금융에 대한 은행권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대표적인 국내 대형화주들은 다른 국가들처럼 일정 부분 이상의 물량을 국내 선사들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초대형선박 지원도 시급하다. 

전형진 KMI 센터장은 "파나마 운항 확장 개통으로 오는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1만~1.3만TEU급 대형 선박들이 투입될 것"이라며 "국내 선사들은 대형 선박 경쟁력이 타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 미래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위기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선 조선·해운사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시황 예측 능력 부재와 위험관리 부재가 이 같은 위기를 초래했다"며 "일방적인 금융권의 희생이나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재발하지 않도록 위험관리 능력을 키워야 하며, 경영진들의 방만경영이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구조 역시 재편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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