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권유 등으로 비춰질 우려 높아
[뉴스핌=조한송 기자] 금융당국이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편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 목록에 대한 웹상 공개를 금지한 가운데 증권사들의 꼼수(?)가 드러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신탁형 ISA에 편입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미래에셋증권> |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9일 배포한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 보도자료에는 해당 상품명과 함께 기초자산과 상환 조건 등 상품구조에 대한 소개와 ISA 계좌에 담을 수 있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사실상 신탁형 ISA에 편입가능한 상품 목록을 공개한 셈인데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할 수 없게 돼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 뿐 아니라 신탁형 ISA에 포함되는 상품 전체가 광고(홍보)가 불가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배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회사가 펀드, ELS,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상품군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직접 제시하는 일임형 ISA와는 달리, 신탁형 ISA는 투자자가 직접 재량권을 갖고 선택하도록 한 상품이다.
자본시장법 하위규정인 금융투자업규정 제4-93조 제10호에는 특정금전신탁의 특정한 상품(구체적인 운용방법을 미리 정해 투자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운용방법 지정이 사실상 곤란한 상품)에 대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안내 설명서를 비치하거나 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특정다수의 투자자에게 투자광고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홈페이지에 신탁형 ISA에 편입 가능한 상품 목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영업 창구에 찾아가 상담을 통해서만 편입 가능한 상품 목록 군을 제공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투자자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상품 목록 공개를 금지하는 것은 투자자가 자율성을 갖고 계약을 맺어야 하는 신탁의 본질상 사전에 상품 목록을 공개할 경우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편입가능한 상품군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권유하는 형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 따라서 당국은 투자자가 해당 창구에 방문해 상품 추천을 요구했을 경우에만 추천 리스트를 제공하도록 했다. 지난 2013년 붉어진 동양사태와 같은 불완전판매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금융위원회 송용민 사무관은 “신탁형 ISA에 편입 가능한 상품 목록을 공개하는 것은 광고의 측면으로 보는 게 맞다”며 “상품군을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이를 악용해 판매사가 원하는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도 “편입가능한 상품 군을 공개하는 것 자체로 수백개 상품 중 일부를 취사선택 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권유처럼 해석될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측은 “공모형 ELS에 대한 소개에 덧붙여 ISA에도 편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혔을 뿐”이라고 답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 역시 미래에셋대우와 유사한 형식으로 ISA에 편입가능한 ELS 상품 목록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 3월 22과 28일, 4월 6일 등에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탁형 ISA에 편입이 가능한 상품목록을 공개하는 것 역시 모니터링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해당 사항에 대해 고려해보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감원은 은행 및 증권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신탁형 ISA에 편입가능한 상품목록을 공개하는지 아닌지의 정도로만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황세운 실장은 “신탁은 가입자의 투자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보도자료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상품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요청하지 않은 투자권유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신탁의 본질과 맞지 않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조한송 기자 (1flow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