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분담 놓고 업계 갈등 첨예, 시스템 도입 미뤄
[뉴스핌=이지현 기자] 5만원 이하 신용카드 소액결제의 무서명거래 시행이 늦어질 전망이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업계와 밴(VAN) 업계가 무서명거래 전표매입 수수료 분담율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밴사가 무서명거래 시스템 도입을 미루고 있다.
5만원 이하 카드 무서명거래를 둘러싸고 카드업계와 밴 업계가 이견을 보이면서 제도 전면 시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지난 4월 21일 카드사와 밴사, 밴대리점과 금융당국은 4차례의 회의 끝에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시행에 전격 합의했다. 당시 합의 골자는 무서명거래로 인한 밴 대리점의 전표매입 수수료 수익 감소를 카드사와 밴사가 분담하기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부 분담율을 놓고는 아직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당시 합의를 통해 밴 대리점 전표매입 수수료(약 37.5원)의 50%를 카드사가 부담하고, 밴사가 37%를, 나머지 13%(6원)는 밴 대리점이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수수료 분담율은 개별 카드사와 밴사 간 계약으로 정해지지만, 당시 회의에서는 카드사가 50% 정도의 부담을 진다는 큰 틀에 대해서 합의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신용카드 밴 협회는 세부적인 분담율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와 밴사가 밴 대리점 수익 감소 부담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만 합의를 했을 뿐, 분담율은 추후 합의하기로 했다는 것.
밴 협회 측은 최근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밴사의 가맹점 리베이트 금지 대상이 확대된 만큼, 해당 비용을 정확히 산출한 후 수수료 분담 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밴협회 관계자는 "리베이트 금지가 확대되면서 밴사도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리베이트 비용 감소분을 정확히 산출한 후, 그만큼을 밴 대리점 수수료 수익 보전에 써야 한다"며 "카드업계 주장대로 전표매입수수료의 37%가량을 부담한다면 중소형 밴사들은 모두 문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무서명거래 전면 시행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점. 리베이트비용을 산출할 주체도 명확하지 않은데다, 카드사가 이에 동의할지도 불투명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비용은 무서명거래와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건"이라며 "게다가 밴사들만이 알고 있는 리베이트 비용이 객관적으로 산출되지 않는다면 카드사들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가맹점에서 이미 무서명거래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 및 가맹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우선적으로 전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표매입 수수료 분담과 관련해서는 추후 카드사와 밴사간 합의를 통해 소급적용하고 정산해도 늦지 않다는 것.
한편 여신금융협회는 밴사의 무서명거래 시스템 교체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 17일 무서명거래 관련 기술 표준에 대한 공문을 밴 협회에 보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공문에는 무서명거래 가맹점 대상 범위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이미 무서명거래와 관련한 모든 법적 바탕은 마련됐고, 가맹점 대상 범위 등도 제시한 것"이라며 "시스템 전면 교체까지 3개월 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당초 예상했는데, 밴사들이 해당 시일 내에 무서명거래 시스템 도입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