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스타 '왕홍' 전자상거래 시장 18조원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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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승환 기자] 스마트폰 화면 속 한 여성이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원피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자, 선글라스 등 소품을 매칭시키며 다양한 스타일 연출법을 제안한다. 여성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확인하며 시청자들의 상품 관련 문의에 대답해주기도 한다. 방송이 시작되고 10~20분이 지나자 영상 화면 옆에 표시된 제품 주문량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TV 홈쇼핑이 아니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 유명 여성전용 쇼핑몰 모구제(蘑菇街)의 실시간 전자상거래 서비스다. 화면 속 여성은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일반인 스타 피팅 모델 쉬윈시(許蕓溪)다. 그녀는 이날 라이브 방송을 통해 1만7000위안 (307만원)어치의 원피스를 팔아 치웠다. 모구제에는 쉬윈시와 같은 인터넷 스타, 일명 왕홍(網紅,왕훙) 수십여명이 매일 실시간 온라인 판매 방송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했던 신규 인터넷 인구 유입이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한정된 파이를 놓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동시에 인터넷 쇼핑접근 방식이 기존의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왕홍과 실시간 방송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들이 인터넷 쇼핑 시장에 등장하면서 중국 전자상거래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연예인보다 일반인 인터넷 스타…18조원 규모 왕홍경제
중국 현지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IT 시장의 화두는 왕홍이다. 왕홍 시장을 분석한 중국 현지 증권사 보고서만 100여건을 넘어섰고, 왕홍 기반의 인터넷 플랫폼 업체에 대한 기관들의 기업탐방도 이어지고 있다.
왕홍으로 불리는 개인들의 전자상거래 및 광고 매출 규모가 웬만한 오프라인 중견업체를 뛰어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투자 타겟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홍은 인터넷을 가리키는 '왕'(网)과 인기가 있다는 뜻의 '훙'(紅)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로 일반인 인터넷 스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과거 싸이월드, 다음카페 등에서 유행했던 인터넷 얼짱, 최근 먹방 열풍을 몰고 온 아프리카TV BJ가 대표적인 왕훙이다.
바이두·모구제·쥐핀의 실시간 방송 채널 <사진=바이두> |
중국의 인터넷 스타 문화는 우리나라보다 늦게 등장했지만, 장사꾼의 나라답게 상업화 방면으로는 크게 앞서 있다. 최근 중국의 유명 인터넷 방송 BJ 파피장(papi醬)이 복수의 엔젤펀드로부터 1200만위안(21억원)을 투자받은 소식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현재 파피장의 몸값은 3억위안(538억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처럼 몸값이 1억위안(180억원)을 넘어선 왕홍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현재 중국의 왕홍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만 이미 18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중국 제일재경은 관측했다.
왕홍의 꽃은 단연 온라인 쇼핑몰 모델이다. 왕홍의 유명세와 비례에 쇼핑몰의 매출이 치솟고 있다.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의 상속자인 왕쓰총(王思聪)의 전 여자친구로 알려진 쉐리(雪梨)는 지난해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해 1억위안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약 4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웨이보 패션 블로거 장다이도 타오바오에 온라인 상점을 열어 런칭 첫 해에 월 매출 수백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해 왕홍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도 점점 시스템화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단순히 유명 왕홍을 유치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직접 왕홍 육성에 나서고 있다. 상품군에 적합한 왕홍을 발굴해 대중에 노출시키고, 매출 데이터를 통해 직접 팬덤을 관리하는 등 기존 연예 기획사의 역할을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대신 해주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쇼핑과 실시간 방송의 만남
왕홍을 얘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실시간 인터넷 방송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개성을 갖춘 일반인들이 실시간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창조, 브랜드화에 나서면서 새로운 마케팅 자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이 같은 1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중국의 실시간 인터넷 방송은 모바일 인터넷 보급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중국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116개로 지난 2012년 25개에서 4년새 4배 넘게 증가했다. 인터넷 실시간 방송 이용자수가 급증하면서 급증하면서 동시접속자수가 400만명을 돌파한 플랫폼도 등장했다. 한 유명 인터넷 방송 사이트의 경우 동시간 대 개설된 채널만 3000여개에 육박한다. 중소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뛰어들면서 중국 인터넷 실시간 방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0억위안(18조원)까지 커졌다.
이에 대해 제일재경은 중국 IT 업계의 한 관계자를 인용 “어디서든지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조성됐다”며 “여기에 대규모 자본이 더해지면서 중국의 인터넷 방송 시장이 올해를 원년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인터넷 스타 파피장의 방송 삽입 광고 공개 경매 현장 <사진=바이두> |
인터넷 실시간 방송이 중국 IT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이를 마켓팅 전략으로 활용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는 얼마전 ‘타오바오 생방송’ 서비스를 출범했다. 판매자가 직접 실시간 방송을 개설해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유명 왕훙들이 타오바오에 온라인 점포를 열고 다양한 콘텐츠의 실시간 방송과 함께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화장품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쥐메이유핀(聚美优品) 역시 최근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시간 방송을 시작한 모구제는 얼마전 한국과 일본의 인터넷 스타들과 컬래버레이션 방송을 진행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음식 조리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식품 온라인 쇼핑몰이 문을 여는가 하면, 부동산 열기에 편승해 모델하우스를 돌아다니며 실시간으로 매물을 소개하는 부동산 전문 인터넷 BJ도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터넷 실시간 방송 시장의 경제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도 있다. 최근 중국 인터넷 방송 스타 BJ 파피장이 자신의 방송에 실을 광고를 공개 경매에 부쳤고, 2200만위안(약 38억8000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약 21만7000위안에 시작해 가격이 낙찰가까지 치솟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단 7분이었다.
◆급변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이전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들이 온라인 쇼핑몰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은 그만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콘텐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 인터넷 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말 기준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수는 7억8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전체인구의 56.9%에 육박하는 규모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전자상거래 이용자수도 처음 3억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중국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모바일 이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4년 42.4%에서 1년새 54.8%까지 12%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제일재경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기존의 이미지+문자 중심의 마케팅 방식이 모바일 플랫폼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왕홍과 실시간 방송 등의 새로운 방식을 활용해 오락적 요소를 가미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한 관계자도 “스마트폰의 제한된 화면안에서 제품을 어필하기 위해 영상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모바일 사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욕구를 충족 시켜줄 수 있는 실시간 쌍방향 방송이 전자상거래 시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의 인터넷 인구 증가속도가 둔화세를 나타내며 전자상거래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점도 업체들이 콘텐츠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융 알리바바 CEO는 “신규 인터넷 인구 유입으로 인한 전자상거래 시장 전반의 매출 증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라며 “업체들이 인터넷 실시간 방송 등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해 통해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