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기준은 아직도 깜깜이…"차보험 배타적사용권 심사 장벽 여전"
[뉴스핌=이지현 기자] 동부화재의 자동차보험이 재도전 끝에 6개월간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이로써 동부화재는 손보업계 자동차보험 상품 중에서는 15년 만에 두 번째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게 됐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동부화재의 'smarT-UBI(운전습관 연계)'보험에 6개월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키로 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신상품 개발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기간 다른 회사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부여되는 독점적 판매권한이다. 동부화재는 지난달에도 같은 상품으로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다가 심사에서 부결된 바 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지난 심사에서는 단순 UBI보험으로 어필을 했으나, 다른 보험사도 비슷한 상품을 출시해 독창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됐었다"며 "이번에는 차량에 별도의 기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네비게이션만으로 운전습관을 파악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동부화재의 자동차보험이 재도전 끝에 6개월간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사진=동부화재> |
동부화재의 배타적사용권 획득은 손보업계 자동차보험 상품 중에서는 두 번째 사례다. 지난 2001년 현대해상의 에코 자동차보험 상품이후 15년동안 4건의 자동차보험 배타적사용권 신청이 있었지만 모두 부결됐었다.
자동차보험의 차별성이 적어 심사 신청 자체가 적었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심사위원으로 들어가는 업계 관계자들이 평가를 엄격히 했기 때문. 최근 들어서야 보험 상품 자율화로 배타적사용권 신청이 늘고, 심사 기준도 완화되면서 사용권 획득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보협회는 지난 4월 배타적사용권 심사를 맡는 신상품심의위원회 제도를 개선해, 7명의 심사위원 중 업계 관계자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또 심사위원 전원이 보험상품에 대해 80점 이상의 점수를 부여해야 했던 것에서 5명 이상이 80점 이상만 부여해도 배타적사용권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완화된 기준에도 불구하고 꽁꽁 숨겨진 심사기준은 아직도 배타적사용권 승인을 받아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같은 날 동부화재와 함께 배타적사용권 심사를 받은 현대해상의 '어린이할인 자동차보험'은 승인이 부결됐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상품은 250만명 이상인 현대해상 어린이보험 가입자의 자동차보험 사고율 등을 분석해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비교적 안전운전을 한다는 통계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자사 상품 빅데이터를 분석한 독창적인 상품임에도 심사에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지 못했다"며 "부결됐다는 결과만 통보받았을 뿐 원인은 알 수 없어 재심사를 신청해야 할지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KB손해보험의 '대중교통 이용할인 특약' 상품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의 심사 결과에 대해 보험사들에게도 이유를 알려주지 않다보니 문제점을 개선할 여지가 없다"며 "이 때문에 아무리 보험사들이 독창적인 보험 상품을 출시해도 독점적 판매권한을 얻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업계 관계자 2명·학계 2명·유관기관 2명·소비자단체 1명 등 총 7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다. 심사위원들은 보험상품의 독창성과 유용성, 사회공익성 등 다양한 항목을 평가한다. 7명 중 5명 이상이 80점이 넘는 점수를 주면 배타적사용권이 부여되며, 80점 이상의 점수를 평균내 점수에 따라 3개월~1년까지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부여된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