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반등 불구 금융주 약세로 타격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럽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나타났다고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S&P GMI)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미국에 상장된 10대 유럽 ETF에서 7월 말까지 두 달 동안 64억달러(약 7조208억원)가 넘는 자금을 빼냈다. 현재 해당 펀드들의 자산 규모는 419억달러로 줄어든 상태다.
유로화 <사진=블룸버그> |
S&P GMI 뮤추얼펀드 리서치담당 토드 로젠블루스는 “브렉시트 공포가 유럽에서의 지속적인 자금 유출을 초래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를 선호하고 유럽 경제 전망을 우려했던 연초에도 자금이 유출됐는데 이후 유출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TF 자금 유출 움직임은 실제 유럽증시 성적과는 다소 대비되는 현상이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증시는 오히려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번 주 스톡스유럽600지수의 경우 344.67포인트까지 뛰며 브렉시트가 결정된 6월23일 이후 최고치를 찍은 상태.
유럽 증시와 ETF 자금 동향이 이처럼 엇갈린 것은 유럽 ETF 상당수가 은행을 비롯한 유럽 금융주에 많은 익스포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금융주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 업종 중 하나다.
운용액 117억달러 규모의 뱅가드 FTSE 유럽ETF에서는 6월과 7월 총 15억달러가 빠져나갔고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26억달러가 유출됐다. 이 ETF의 경우 자산의 19%가 금융업종에 투자돼 가장 높은 익스포저를 두고 있는데, 모닝스타 자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9일까지 이 ETF는 1.4%가 떨어졌다.
아이셰어즈 MSCI 유로존ETF의 경우 1월부터 7월까지 50억달러 가까이가 빠져나갔고 6월과 7월 두 달 동안에만 14억달러가 유출됐다. 이 ETF의 경우 운용 자산의 18.7% 정도가 금융주에 투자돼 있으며 연초 이후 9일까지 ETF는 0.5%가 하락했다.
연초 대비 1.7% 정도 오르며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위즈덤트리 유럽 헤지에쿼티펀드도 자금이 빠져나가긴 마찬가지다. 연초 이후 해당 펀드에서 유출된 금액은 63억달러에 달한다.
로젠블루스는 유럽 관련 ETF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유로화 약세와 달러 강세에 지지 받으며 높은 인기를 보였지만 올해는 상황이 뒤집혔다며 투자자들이 유로화 약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