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성규와 방송인 조세호가 18일 오후 경기도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JTBC '걸스피릿'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뉴스핌=양진영 기자] '걸스피릿'이 걸그룹과 음악예능의 결합이라는 흥행 요소에도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 문제점 중 경쟁 구도의 부재와 뻔한 감동 코드를 버무린 연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19일 첫 방송된 JTBC '걸스피릿'은 유재석, 유희열의 예능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의 후속으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조세호와 인피니트 성규가 MC로 나서고,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한 걸그룹 메인 보컬들이 실력을 겨룬다는 취지의 프로그램. 특히 요즘 흥행하는 코드인 걸그룹과 음악 예능을 버무린 포맷으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 점차 화제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 자체가 '노잼'이란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시청률 하락으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첫 방송에서 1.38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쾌조의 출발을 했지만 2회 1.069%, 3회 1.187%를 거쳐 4회엔 0.994%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 흥행은 '따논 당상'? 뚜껑 열어보니 식상한 무대와 억지 감동 사이 '혹평 쏟아져'
걸스피릿에는 파릇파릇한 신예부터 중견에 가까운 이들까지 총 12명의 걸그룹 보컬이 출연한다. 우주소녀 다원, 에이프릴 진솔, 오마이걸 승희, 러블리즈 케이, CLC 승희, 피에스타 혜미, 스피카 김보형, 레이디스코드 소정, 베스티 유지, 라붐 소연, 소나무 민재, 플레디스걸즈 승연까지. 숨겨진 실력자부터 신선한 얼굴까지 소위 '메이저' 반열에 들지 못한 수많은 걸그룹 멤버가 총출동했다.
라붐 소연, 러블리즈 케이, 소나무 민재, CLC 승희(왼쪽부터)가 18일 오후 경기도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JTBC '걸스피릿'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첫 방송에서는 각 팀들이 각자의 무대를 꾸민 뒤, '걸스피릿'에 참여하는 메인 보컬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깜찍하고 청순하거나 섹시한 걸그룹의 무대와 전혀 몰랐던 걸그룹 보컬이 등장해 실력을 발휘한다는 포맷은 한시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첫방송에서도 중구난방인 편집과 지나치게 길게 늘어진 방송 시간으로 원성을 샀다.
'걸스피릿'에 등장하는 멤버들의 콘셉트는 정확히 두 가지로 나뉜다. 걸그룹 특유의 청순 발랄 코드를 유지하며 삼촌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면서도 가창력도 적당히 어필하고자 하는 케이, 진솔, 성연, 민재와 걸그룹이라는 굴레를 벗고 폭풍 보컬만으로 승부하려는 유지, 소정, 보형, 다원의 무대가 그렇다. 이렇다보니 선곡과 무대 연출에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케이나 민재가 구루들의 연이은 칭찬에 애교스럽고 어리바리하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많은 남성팬들이 원하는 모습이지만, 보컬만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베스티 유지, 레이디스 코드 소정, 피에스타 혜미, 스피카 보형(왼쪽부터)이 18일 오후 경기도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JTBC '걸스피릿'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걸스피릿'에서 특히나 아쉬운 지점은 매 회 등장하는, 천편일률적인 걸그룹 멤버들의 억지 감동 코드다. 데뷔한 지 이미 5년차가 된 스피카 보형이나 피에스타 혜미, EXID에서 탈퇴 후 베스티로 다시 데뷔한 유지 등의 멤버가 그간 흥행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궂은 연습생 시절을 보내온 이들이 다시 한 번 일어서기 위해 힘이 됐던 노래를 선곡하고 무대에서 눈물을 글썽인다.
물론 이들 하나 하나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청년 실업 사상 최악의 시대에 그저 그런 4년제 대학을 나와 남들과 비슷한 스펙으로 취업 문을 두드리는 뻔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들에게 간절함이 없다거나 그것이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니라 이런 스토리를 예능용으로 소비하기에 더이상 다수가 공감하기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얘기다.
◆ 애매한 5구루의 역할과 긴장감 없는 경연 방식, 탈락없는 '줄 세우기' 의미는?
'걸스피릿'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또 있다. 다름 아닌 경연 방식. 1회에서 1위에 오른 오마이걸 승희와 2위를 차지한 스피카 보형은 각자 멤버를 직접 지목해 A와 B로 팀을 꾸렸다. 두 팀에서 한 명씩 멤버를 선택할 때마다 어쩐지 뽑히는 멤버들의 희비가 엇갈렸고, 이런 경연 방식이 무엇을 뜻하는지 많은 시청자들은 궁금해했다.
오마이걸 승희, 에이프릴 진솔, 우주소녀 다원, 플레디스걸즈 성연(왼쪽부터)이 18일 오후 경기도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JTBC '걸스피릿'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걸스피릿'의 현재까지 공개된 무대와 구성을 볼 때 탈락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착한 예능'이라 볼 만 하지만 그만큼 흥미를 떨어뜨린다. 걸그룹 보컬들이 경쟁은 하되 줄세우기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만회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한 팀 경연인지, 계속해서 똑같은 멤버들의 선곡만 다른 무대를 본다는 게 새로운 재미를 반감시킨다.
서인영, 장우혁, 이지혜, 탁재훈, 천명훈으로 구성된 5명의 구루의 역할도 불분명하다. 다섯 사람은 무대 경험이 많은 선배 가수지만, 이 중 딱히 보컬 실력으로 빛을 본 케이스는 드물다. 실제로 '걸스피릿'에서도 지극히 자신의 취향에 따라 12명의 소녀들의 무대를 평가하고, 노래에 대해 기술적인 지적이나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지 않는다. 심사위원으로서 점수에 가중치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들의 위치를 모호하게 만든다.
천명훈, 장우혁, 탁재훈, 서인영, 이지혜(왼쪽부터)가 18일 오후 경기도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JTBC '걸스피릿'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무려 12명의 파릇한 걸그룹 보컬을 섭외하고,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필수 흥행 요소를 갖추고도 '걸스피릿'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인지도를 높이고 자신만의 무대에 서고 싶은 열 두 소녀의 마음이 아무리 진실되다 하더라도, 예능이 예능답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JTBC는 이미 여러 차례 이런 이유로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폐지시킨 전적이 있다. '걸스피릿'이 그 서슬퍼런 칼날을 피해가기 위해서라도 눈 부신 변화와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