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 브렉시트 이후 최고 수준까지 순식간에
불안해진 트레이더들 "VIX 매수 속도" 충격적
[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대선을 6일 앞둔 가운데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압승이 예상됐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우려가 불거지면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트럼프가 지지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일부 월가의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예견하며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금융시장에서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13% 올라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미국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지수는 1% 넘게 급락해 6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날 시장의 변동성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인 지난 6월 말 수준까지 올라왔다.
<파란색> S&P500지수 <노란색> VIX 최근 추이 <자료=팩트셋, CNBC 재인용> |
금융 시장의 악재에 해당했던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부상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지난 28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발표 이후 나온 잇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며칠 글로벌 외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1일 워싱턴포스트의 조사 결과, 트럼프가 클린턴을 앞질렀다는 소식은 이날 시장 변동성에 촉매 역할을 했다.
아직 월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클린턴의 승리를 예견하고 있지만, 돈을 걸고 대선판을 바라보는 시장 참가자들은 마냥 낙관만은 하지 않는 모습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러셀 로즈 디렉터는 "지난 2000년 조지 부시와 알 고어의 대결을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이렇게 승자가 뚜렷하지 않았던 선거는 없었다"며 "몇 주전 클린턴이 명백한 승자라고 예상됐지만 이메일 재수사 이후 이는 아닌 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더들, VIX 매수 속도 충격적일 정도"
오는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 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시장 변동성을 예견하는 모습이다. VIX는 S&P500 지수옵션의 향후 30일에 대한 변동성 기대를 나타나는데, 최근 주가지수 하락폭에 비해 VIX가 크게 반응한 건 앞으로 시장에 큰 폭의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는 분석이다.
KKM파이낸셜의 다니엘 데밍 매니징디렉터는 "현재 변동성 옵션 가격은 앞으로 일주일 또는 2주간, 시장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위험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매체 CNBC뉴스는 "변동성지수가 주식 시장보다 시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얘기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어트랩리포트의 래리 맥도날드 창립자는 "트레이더들이 VIX에 대해 매수 계약을 체결하는 속도를 보면 충격적일(disturbing) 정도"라며 "단기간 내 엄청난 변동성의 증가를 암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과거 사례에서 대선 앞두고 S&P500지수가 3개월 간 상승했으면 집권당의 승리를, 하락했을 때는 패배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스트레가스 리서치 파트너스는 이 같은 분석을 제시하고 "이런 현상은 1928년 이후 86%의 확률로 맞았다"며 "지난 8월 8일 이후 지금까지 S&P500지수는 3.6% 하락했다. 이는 도전자인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2일 보도했다.
스트레가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다니엘 클리프턴 헤드는 "사람들은 클린턴이 이긴다고 말하지만, (정작) 돈은 브렉시트와 같은 우려 때문에 (클린턴 승리에) 걸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료=블룸버그통신, 스트레가스 리서치 파트너스> |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