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 건설 계획…7000억원 투자
[뉴스핌=함지현 기자] "워커힐면세점은 우리나라 관광문화 발전과 역사를 함께해 온 국내 유일의 도심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이자 유커 유치를 선도해온 가치있는 곳입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한류 관광 쇼핑 모델을 만들어 반드시 특허를 획득하겠습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최근 워커힐 투자계획을 논의하는 이사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면세점을 되찾아 오겠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사진=SK네트웍스> |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지난해 특허권을 잃은 이후 면세사업을 차근차근 정리해 왔다. 상당수의 면세점 임직원은 신규 시내면세점으로 떠나보냈고 보세물류창고 사용권과 면세운영 정보기술 시스템 역시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 3월 SK네트웍스 대표이사직을 맡은 이후 이같은 기조를 발빠르게 수정했다.
업계에서는 부친인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이 생전 마지막으로 인수하고 거주했던 곳인 만큼 사실상 장남으로서 워커힐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그가 SK그룹 내 큰 지분이 없는만큼 이번 면세점 인수를 통해 실력을 보여 향후 더 큰 그림을 그려 나가려는 복안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유야 어쨌든 최 회장은 이번 시내면세점 대전에 참여한 5개 대기업 중 유일하게 직접 일선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워커힐 면세점의 매출 부진이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해법으로 '대규모 투자' 카드를 제시했다.
▲향후 5년간 6000억원 투자…"도심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워커힐 면세점에 향후 5년 간 약 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호텔과 면세점을 비롯한 워커힐 전체 매출을 향후 3년내 연간 1조원 대로 키우고, 2021년에는 연간 705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시설투자에 1300억원, 운전자본에 2700억원을 들인다. 뿐만 아니라 관광인프라 및 중소·지역경제 활성화에 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1200억원은 연면적 4만㎡(1만2000평) 규모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에, 800억원은 지역 활성화 및 중소기업 지원에 쓸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매장 확장 공사비용에 1000억원을 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내면세점 특허를 위해 사실상 7000억원을 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도심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이라는 입지를 강화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워커힐면세점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는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는 물론 그 이상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는 게 면세사업인 만큼 24년의 운영경험으로 그 역량을 확보한 우리가 힘을 발휘해야 할 때"라며 "창업회장이신 선친의 관광입국 꿈이 서린 워커힐을 다시 한국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온 몸을 바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최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핵심 카드는 바로 2년 내 완공을 목표 하고 있는 워커힐 리조트 스파. 서울 동북권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기 위한 '히든 카드'로 볼 수 있다.
이곳에는 170m에 이르는 인피니티 풀과 워커힐 온천수가 흐르는 실내외 수영장, 계단형 가든 스파, 찜질 스파,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공원 전망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워커힐 면세점과 같은 휴양형 면세점을 찾는 고객은 다른 국내 시내면세점의 고객군과 겹치지 않는다"며 "휴양형 면세점이 없어진다면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다른 시내면세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싱가폴이나 마카오 등 다른 나라의 고급 휴양지로 떠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SK네트웍스> |
▲24년간 운영 경험, 장점이자 한계점
워커힐면세점은 지난 1992년 문을 연 이래 24년 동안 시내면세점을 운영했다. 뒤로는 아차산, 앞으로는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입지에 호텔·카지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리조트형 면세점으로 독특한 가치를 가져왔다.
24년이란 기간동안 쌓아 온 운영 경험은 워커힐면세점에게 장점이자 한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면세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워커힐면세점은 경쟁자가 없는 동북권에 입지해 큰 탈 없이 운영을 해왔으며, 연간 150만명의 유커 관광객을 유치했다.
구매력 높은 카지노 고객이 방문하는 면세점으로, 기존 도심 저가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과 다르게 전문성을 더해 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지난 2008년 국내 면세점 업계 최초로 시계·보석전문 부티크 전략을 펼치며 브레게·피아제·예거 르쿨트르·롤렉스 등을 비롯한 70여개의 시계·주얼리 브랜드 등을 강화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4년간 운영하면서도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을 입점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24년간 운영하며 인근 지역의 관광을 얼마나 활성화 시켰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단순히 카지노를 찾는 관광객이 들러가는 '카지노 면세점'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번 면세점 대전이 '강남 대전'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동북권에 위치한 입지 역시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특허권을 잃은 이후 인력과 창고·시스템을 넘겨준 것 역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같은 한계를 얼마나 보완해 심사위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두산측에 물류창고를 넘기기는 했지만 이미 면세점 자체에 2180m²(660평) 규모의 물류센터 공간이 있는데다 IT시스템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인력 역시 유출된 인원이 일부일 뿐인데다 특허권을 따 내면 충원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