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부동산개발업자 출신 도널드 트럼프는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에서는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바로 국내에 고급주상복합아파트와 부동산개발사업(Developing) 기법을 전파한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인 것.
당시까지만 해도 부동산개발사업은 사업자가 가진 자본과 약간의 은행 대출을 토대로 땅을 사 건축물을 짓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트럼프 브랜드를 빌려 지은 주상복합아파트 '트럼프월드'가 국내에 선보인 후 부동산개발사업은 진일보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란 말이 생겨난 것도 그 때부터다.
한마디로 지난 2000년대 초반 들불처럼 번졌던 국내 디벨로퍼 탄생의 배경에 바로 트럼프가 있는 셈이다.
트럼프가 국내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1997년 대우건설이 트럼프社와 미국 뉴욕 맨하탄에서 '맨하탄 트럼프월드타워'사업을 공동사업으로 추진하면서부터다.
지하 2층~지상 70층, 연면적 8만2645㎡규모로 376가구의 최고급 콘도미니엄을 짓는 사업이었던 맨하탄 트럼프월드사업에서 트럼프사는 땅 매입과 인허가, 건설 금융을 책임지고 대우건설은 시공을 맡았다. 착수 후 약 4년이 지난 2001년 10월 트럼프월드타워는 완공됐다.
트럼프월드타워사업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워크아웃 상태였던 대우건설은 이 사업에 벌어들인 수익으로 채권을 갚아나갈 수 있을 정도. 대우건설은 차제에 '미국 부동산재벌' 도널드트럼프의 이름을 브랜드로 한 '대우 트럼프월드'를 브랜드로 해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우건설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대우트럼프월드' 7개 단지를 전국에 공급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세번재)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외환위기였던 1999년 5월 대우건설이 지은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했다. <사진=대우건설> |
우선 지난 1999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옛 석탄공사 땅에 '대우 트럼프월드1차'를 처음 공급했다. 이어 여의도 국민은행 체육관 부지에 대우 트럼프월드2차를 지었고 계속해서 ▲용산구 한강 트럼프월드3차(2001년)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2003년) ▲부산 트럼프월드 마린(2004년) ▲대구 트럼프월드 수성(2004년)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2차(2004년)를 각각 지어 분양했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트럼프에게서 배워온 부동산개발사업 기법은 2000년대 들어 경기 분당신도시 백궁-정자지구 사업을 시작으로 확산된다. 트럼프월드타워 개발사업을 경험해본 대우건설 직원들이 디벨로퍼(부동산시행사업자)로 탈바꿈한 것.
당시 '디벨로퍼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도시와사람, 신영, 참좋은건설, 우림건설 등은 모두 대우건설에서 개발사업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주도했던 회사들이다.
부동산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는 국내에서 대우건설하고만 관계를 맺었지만 그가 대우건설을 통해 보여준 개발사업은 당시 외환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국내 건설업계의 새로운 지평이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2002년 이후 국내경기가 완연히 풀리기까지 국내 주상복합 및 오피스텔 공급을 주도했던 것은 트럼프월드에서 촉발된 디벨로퍼들"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