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탈당도 이젠 무의미”
[뉴스핌=송의준 기자] 설마했던 100만 촛불이 켜지자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날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100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26만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자 청와대가 충격 속에서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
13일 청와대는 우선 한광옥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선다.
청와대는 도심 대규모 집회 예고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뜻을 아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사실 촛불집회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100만명까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이번 주말 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애초 50만명 정도로 예상됐었는데, 날씨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많게는 20만~30만명 정도까지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11.12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하지만 이런 예상은 크게 빗나가 결국 100만명 넘는 인원이 운집하면서 청와대는 훨씬 더 큰 무게를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한광옥 실장은 전날에도 수석비서관 및 참모들과의 내부 대책회의에서 민심을 잘 살피면서 부문별로 상황을 점검하고 해법 마련을 지시했었는데, 특히, 청와대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야권 지도부 등이 모두 참석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것에 대해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그간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을 요구하면서도 하야나 탄핵 가능성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데다 국민의 성난 민심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번 집회를 계기로 야권의 퇴진 요구가 더욱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내에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퇴진 요구가 이어지자 이정현 대표 등이 차단에 나섰지만 사실상 무너진 둑을 막기엔 역부족인 분위기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우선 야당을 달랠 수 있는 카드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 실장이나 참모진이 지속적으로 야당을 찾아 국회 추천 총리를 조속히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야당이 이를 명확히 거부한만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청와대가 내밀 수 있는 카드는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이다. 박 대통령의 결정이 필요하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는 써야하는 만큼 이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100만 촛불 민심을 등에 업은 야당이라 이 정도에서 사태를 마무리하긴 이미 늦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여러 방안을 고심하겠지만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곧 탈당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정도로 상황이 마무리되긴 사실상 늦었다. 이미 강을 건넌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