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노동자 본국 송금액 260억불...신흥국 자금유츌 안전판
성장률 7% 물가상승률 1.3%...트럼플레이션 영향 최소화
[뉴스핌=김지완 기자]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필리핀 국채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악화일로였던 대미관계 개선 기대, 제한된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영향, 해외노동자들의 본국송환금 등을 바탕으로 필리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우리나라 몇몇 증권사의 서울 강남 PB센터에도 필리핀 국채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23일 필리핀 재무부(DOF)에 따르면, 지난7월27일 3.161%에 머무르던 10년물 필리핀 국채금리는 지난 14일 5.079%까지 191bp(1bp=0.01%p)나 상승했다. 현재는 4.404%까지 하락했으나 상승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6월30일 두테르테(Duterte) 대통령 취임후 야기된 정치적 불안이 필리핀 자본시장에서 50%를 차지하는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겼다. 8월 이후 주식과 채권의 거래가 60% 이상 감소한 가운데 주가 폭락, 채권금리 급등, CDS(부도위험률)프리미엄 상승 등이 발생했다.
특히 오바마 욕설 사태가 벌어진 9월 한달간 불신이 극에 달하며 필리핀증시에서 외국인들은 대규모 자금을 인출해 나갔다. 외환, 주식,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리며 필리핀은 이머징마켓에서 가장 불안한 시장이 됐다.
◆ "신흥국 자금이탈 버텨낼 안전판 확실"...해외 근로자 본국송환액 GDP 8.8%
그럼에도 이같은 금리 급등기가 투자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필리핀은 트럼프 당선이후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더라도 영향을 덜 받을 국가로 꼽힌다. 해외에 진출한 필리핀 근로자들이 보내오는 자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필리핀통계청(PSA)은 지난해 해외에서 일하는 필리핀 근로자들의 본국송금액이 258억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8.8%를 차지하는 규모다. 2010년 이후 연평균 7.3%씩 해외노동자들의 송금액은 증가해왔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딧 팀장은 “노동자들의 본국송환 자금이라는 안정된 달러공급원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필리핀은) 다른 신흥국들과 차별화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대미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현성룡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마닐라무역관 과장은 “오바마 대통령에 욕설 파문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져 9월 한달간 필리핀증시에서 3억1000만달러가 순유출돼 페소화가 크게 흔들렸다"면서 "그러나 펀더멘털 악화가 아닌 정치리스크가 주요 원인이었던만큼 앞으로 안정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직후인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열흘간 필리핀 페소화 가치 하락폭은 1.84%로 우리나라 원화가 3.60% 떨어진 것에 비해 절반에 불과했다.
◆ 고성장·저물가·높은 신용등급·낮은 부채비율...펀더멘털 우수
지난 2분기 필리핀 GDP성장률은 7.0%로 1분기 6.8%에 이어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5.0%를 시작으로 6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높아지는 추세다.지난해 필리핀 정부의 부채는 총 1028억 달러로 GDP의 37.1%에 그쳤다.
또, 외환보유고 (859억달러) 대비 단기외채 규모도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대비 단기외채비율 <자료=국제금융센터, World Bank, IMF, BIS, CEIC, Bloomberg> |
아세안국공채펀드를 운용중인 기준환 JP모간자산운용 본부장(CIO)는 “필리핀은 이머징마켓에서도 성장률이 돋보이는 국가”라면서 “필리핀은 우수한 펀더멘털로 인해 국채 금리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역으로 판단해 비중을 늘려왔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아 금리인상 가능성도 제한되고 있다. 필리핀의 물가상승률은 2014년 4.1%에 이르렀으나 올해 상반기 1.3%로 하락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1%대가 유지되고 있다.
현 과장은 “유가하락이 전반적으로 낮은 물가의 주요 원인 됐다”면서 “현 수준의 유가상황에서는 낮은 물가상승률을 지속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필리핀의 국가신용등급은 S&P 기준으로 투자적격에 해당되는 BBB이고, 전망은 '안정적'이다. 이는 브라질 BB(부정적), 베트남 BB-(안정적), 인도네시아 BB+(긍정적) 등 신흥국에 비해 우수한 등급이다.
달러로 발행돼 달러 강세 국면에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김남규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영업2팀장(PB)는 “아세안내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과 더불어 고속성장이 이뤄지는 필리핀의 국채를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해 고객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달러표시채는 달러강세 베팅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메리트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필리핀 10년물 국채는 표면금리 6.25%이며, 달러표시 국채는 4년물부터 24년물까지 다양한 종류가 발행돼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