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돼 헌재로 가도 장기전 불가피..혼란 가중
새누리당 지도부와 회동서 탄핵 표결전 마지막 입장
[뉴스핌=송의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탄핵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히며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을 외면했다. 야권과 비박계는 9일로 예정된 탄핵 표결 가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지만, 가결돼도 헌재 결정까지 장기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6일 오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탄핵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과정을 밟아서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결되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며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는 내년 4월 퇴진이 박 대통령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협상카드라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을 하는 방식으로 (새누리당이) 당론을 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를 위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풀어간다는 생각에서 당론을 정한 것으로 생각해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해왔다”고 했다.
이 발언은 이를 국회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협상할 수 없어 탄핵을 추진해도 무방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 발언대로 새누리당은 ‘4월 퇴진, 6월 대선’ 일정을 당론으로 정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직접 밝히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230만명(주최측 추산)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민심이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한때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직접 밝힌다면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던 새누리당 비주류 측이 대규모 촛불민심을 경험하면서 다시 탄핵 쪽으로 선회했다.
특히, 지난주부터는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을 겨냥한 집회가 거세지는 등 더 머뭇거릴 경우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에 새누리당 비주류모임인 비상시국회의 황영철 의원은 전날 “여당의 비주류 35명은 물론 친박계 의원 몇 명도 찬성이 확실하다”며 “9일 탄핵은 가결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친박계 의원 10~20명이 탄핵 찬성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정치권에선 많게는 탄핵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훌쩍 넘긴 230명까지 찬성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6차 촛불집회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촛불을 듣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런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이 새로운 퇴진카드를 제시하지 않고 탄핵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더 이상 자신의 임기를 단축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국회의 뜻을 따르겠다고 한 박 대통령 본인의 발언과 차이가 있다.
한편으론 청와대가 처음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소추안 기각을 기대하고 있었던 만큼 4월 퇴진 수준에서 더 이상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돼도 헌재 재판관 구성상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야당은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여전히 반성은커녕 마지막까지 꼼수와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모든 책임을 야당에 돌리고 탄핵전선을 흔들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 참 어이가 없고 가당치 않은 말씀"이라며 "국민 90% 이상이 사실상 대통령을 탄핵했음에도 헌재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건 국민의 뜻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다양한 논의 끝에 우리는 대통령의 4월 조기 퇴임이 국민으로부터 거부를 당한 카드라고 결론 내렸다”며 “박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발표하더라도 탄핵 절차는 거부할 수 없는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을 거부하고 탄핵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9일 탄핵이 가결돼도 결국 공은 헌재로 넘어가 장기전에 돌입하게 됐다.
[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