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력ㆍ청와대 인사 개입 시인..한진해운 사태는 ‘금융 논리’
[뉴스핌=김기락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이 회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거듭 밝혔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대해선 가슴 아프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조 회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의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냐는 질문에 “김 전 장관으로부터 사퇴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으로부터 사퇴 압박이 있었다는 지난달 일부 보도에 “90% 맞다”고 밝힌 뒤, 거듭 시인한 것이다.
조 회장은 이 의원이 ‘김종덕 전 장관과 IOC 출장을 4월에 갔느냐’는 질의에 대해 “마스코트 만드는 것을 장관에 위임했는데 (김 전 장관이) ‘IOC 이견이 있어서 설득하겠다’고 해 조직위원장으로서 IOC와 연결해주기 위해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인사 개입에 대해서도 시인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던 고영태의 친척을 (대한항공) 제주지점장으로 발령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느냐”고 조 회장에 질문했다.
조 회장은 “안 수석이 우리 대표이사(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에게 (고창수 씨 제주지점장 발령) 부탁을 요청해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 씨는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씨의 친척이다.
이 의원은 “고 부장은 실제 제주지점장으로 발령이 나 근무하다가 사내 성추행에 연루돼 징계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 부장이 퇴사할 당시 안 전 수석이 구명 요청을 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조 회장은 “대표이사 보고에 의하면 요청을 했지만, 회사 규정에 의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고 실제 그렇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조양호 한진그룹이 회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거듭 밝혔다<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와 함께 조 회장은 최순실 씨를 만났냐는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을 질문을 듣고,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가 최순실 씨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책임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정 의원은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 기업의 오너로서 무책임했다”면서 “너무 쉽게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채권단 협의 당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면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부처에 설명했다”고 반박하면서 “한진그룹은 에쓰오일 주식을 팔아서 1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했고, 그룹에서도 추가 지원하는 형식으로 1조원 가까이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금융 논리에 의해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조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 회장 등 총수 9명이 출석했다. 기업 총수들이 청문회에 참석하기는 1988년 제5공화국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 이후 28년 만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