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탄핵 결정문 보면 탄핵사유로 '뇌물수수' 명시
검찰,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하면 탄핵 요건 충분
재판관 성향·임기, 수사 진행상황 등 변수도
[뉴스핌=이보람 기자]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탄핵 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접수하면 본격적으로 탄핵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의 칼자루를 쥐게 된 헌재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재, 盧 대통령 판결문에 탄핵사유 '뇌물수수' 등 예시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과거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판결문을 살펴볼 때,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헌재는 지난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탄핵의 주요 사유였던 특정 정당을 지지한 일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만큼 중대한 탄핵사유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또 최도술 등 측근 비리와 관련해선 이를 알고도 방조했다는 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게 헌재의 판결 이유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최도술 등의 불법자금 수수 등의 행위를 지시·방조했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소추 사유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 최순실 일당의 비리를 알고도 방조한 것은 물론 이에 적극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도 이미 최씨를 비롯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이들과 '공모'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또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뇌물수수 등을 한 경우에는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됐기 때문에 더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선 사례를 참고하는 관례를 고려할 때, 헌재가 박 대통령의 혐의를 인정할 경우 탄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민간인에게 국가 기밀을 누설하고 각종 국정을 상의해 결정한 혐의도 인정될 경우 탄핵 인용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헌재가 여론을 반영해 판결을 내린다는 점도 탄핵 찬성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 3일 6차 촛불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전국에서 232만명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
이같은 이유로 박한철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9명 중 6명의 찬성표를 얻으면 박 대통령이 탄핵된다. 헌정 최초 탄핵으로 파면된 '불명예 대통령' 꼬리표를 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촉박한 '탄핵 시계'…박한철 헌재 소장 임기 1월말 만료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재판관들 대부분이 보수성향을 보이는데다 박 소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통과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은 보수성향 인사들로 분류된다. 특히 이 가운데 7명이 친정부·여당 관련 인사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탄핵소추안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박 소장의 임기가 만료된 이후 결정이 내려지면 점차 통과 가능성도 낮아진다. 현행법상 탄핵안이 접수되면 헌재는 180일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박 소장의 임기는 1월 31일까지다.
만약 그 때까지 결정이 나지 않는다면 대통령 직무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소장을 새로 임명해야 하지만, 정치권의 반대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새 재판소장 없이 8명의 재판관이 결정을 내린다면 이들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결정된다.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3월 13일까지 심판이 미뤄질 경우 7명 중 6명의 찬성이 필요해 탄핵 결정은 더 어려워 진다.
하지만 박 소장의 임기 안에 결정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헌재가 조사해야 할 사건 관계자들이나 수사 대상이 광범위하고 박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헌재가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소환 등 법적절차까지 고려하면 헌재가 박 소장의 임기 중에 심판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 심판이 63일 만에 이뤄졌지만 당시에는 법적 다툼이 없었고 검찰 수사 등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관측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밖에 헌재가 수사중인 사안에 대한 자료를 검찰이나 법원으로부터 전달받을 수 없다는 점도 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박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한다. 국회의원들은 같은 회기 내에 같은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탄핵안을 재발의할 수 없다.
결국 법적 절차를 따르겠다는 박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고려하면 그가 임기를 끝까지 채우고 기존 예정대로 내년 12월에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