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땐 '피해 최소화' 논평 내놔
[뉴스핌=황세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가운데 경제단체들은 별다른 논평 없이 일제히 침묵했다.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 적극적으로 논평했던 것과 정반대다.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무역협회만이 "국정공백 피해의 최소화와 경제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할 때"라며 "더 이상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제제도의 틀을 시장경제와 법치주의 원칙에 맞게 정비하고 그 안에서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2004년 3월12일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경제계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공식 논평을 쏟아냈다.
당시 전경련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해 국민의 불안심리와 국정전반의 불확실성을 제거,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탄핵정국으로 국정운영이 중단되지 않도록 국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도 당시 "이번 사태와 관계없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충실하겠다”며 "정부당국은 국정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경총도 "국정공백이 생기지 않고 민생을 잘 보살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 달라"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같은해 5월 1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하자 기업 규제가 강화될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일제히 내기도 했다.
전경련은 국정운영의 중점을 경제활성화에 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투자환경 조성에 힘써달라고 강조했고, 대한상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정부가 노동계 요구만을 수용하는 쪽으로 제도개선을 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경제단체들이 논평하지 않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가 재벌기업들을 모금에 동원한 '정경 유착'과 관련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경유착 혐의의 당사자인 재벌기업은 물론 이들을 대표하는 경제단체가 입장을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진단이다. 전경련의 경우 삼성, SK. LG 등 주요 재벌기업들이 일제히 탈퇴를 선언하면서 대표성을 잃어버렸고 사실상 헤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재벌기업이나 경제단체 어느 누구도 정치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299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탄핵안을 가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현재 우리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다 각종 구조조정과 일자리 부족으로 국민들은 내일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며 "비록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도 국정은 흔들림이 없어야 하기에 공직자들은 민생을 돌보는 일에 전력을 다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