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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가결] '절제된 분노'의 승리…'촛불' 50일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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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국민의 명령이자 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뉴스핌=김범준 기자]  234대66. 9일 오후 4시 10분경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던진 국회 표결 스코어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234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56·무효7·기권2·불참1명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대통령 탄핵안은 가결'됐고,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신분만 유지한 채 직무정지에 들어갔다.

이날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처리는 지난 2004년 3월 1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2년 9개월 만이다. 20대 국회의원 300명은 68년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두 번째로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끌어내리는 선택을 했다.


◆ '절제된 분노'의 승리

이날 국회의 탄핵 가결이 있기 전까지 거리와 광장은 45일간 '평화 촛불'의 불길이 이어져 왔다.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그리고 전국 곳곳의 토요일은 성난 시민들이 만든 거대한 촛불의 파도로 일렁거렸다.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지만, 표출되는 분노는 역설적으로 차분했다. 시민들이 손에 든 것은 '횃불'과 '벽돌'이 아니라, '촛불'과 '스마트폰'이었다. '차가운 곳'에서 촛불을 켜고 '뜨거운 함성'으로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외쳤다. 그렇게 청와대와 국회에 국민의 엄중한 뜻을 전했다. '절제(節制·self-control)된 분노'의 위대한 승리였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처음 3만개로 시작한 촛불은, 지난달 12일 3차 집회에서 처음으로 100만개를 넘어섰고, 26일 5차 집회는 서울에서만 150만개(전국 190만개)의 촛불로 번져나갔다.

지난 26일 제5차 범국민행동 때에는 불과 청와대 200m 앞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부근에서 집회도 가졌다. 성숙한 집회문화와 국민의 뜨거운 염원이 바탕이 된 성취였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직후인 지난달 30일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며 수만 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보여 국민총파업과 동맹휴업을 전개했다. 그리고 지난 3일, 6차 범국민행동에 촛불집회 사상 최대로 서울 170만개(전국 232만개)의 촛불이 들렸다. 또 헌정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이 허용됐다. 시위대 코 앞에 청와대의 모습이 들어왔으나 시민들은 흥분하지 않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법원이 허용한 시간인 오후 5시 30분이 지나자 경찰의 해산 명령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강제 해산보다 대화와 안내 방송을 통해 자발적이고 안전한 해산을 유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을 향해 비폭력 저항의 상징으로 흰 국화꽃을 던졌고, 경찰 버스 차벽 파손보다는 '꽃 스티커'를 붙였다.

근처에서 박사모(박근혜 지지 모임) 등의 시민단체가 맞불집회를 열었지만 충돌은커녕 단 한 명의 경찰 연행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6주 동안 이어 온 평화 촛불의 기조는 찬 바람과 뜨거운 함성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도 광화문과 경복궁역 근처 곳곳에는 수많은 촛농 자국을 볼 수 있다. 지난 50일간 국민들의 촛불 집회의 참여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알려주는 흔적이다. 집회 참여자와, 촛불과, 촛농 자국의 수 보다 중요한 것은 한 달이 넘도록 국민들이 지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굳은 촛농처럼 더욱 더 단단하게 엉기고 뭉쳤다.

그래서 이번 집회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다" 등 성공적인 집회로 평가 받는다. 성공요인은 조직력도, 리더십도, 전투력도 아니었다. 집회를 이끄는 리더가 없고, 선동도 없고, 폭력도 없는 '3무(無)' 촛불이었다. 3무 촛불은 오롯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평화적인 방법으로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그래서 위대하다.


◆ 대한민국 '시민혁명'의 역사

지난 50일, 대한민국 격변의 나날이었다. 흡사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시민혁명 역사는 길진 않으나 강렬했다. 일제강점기 1919년의 3·1 운동은 전 세계에 감동을 주었다. 1960년 2·28 대구 의거, 3·15 마산 의거로 이어져 오며 4·19혁명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었다. 해외 외신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민주주의 주권자로서 중요한 역사적인 시기마다 주권을 행사해 왔다"고 평가한다.

57년전 4·19일 하루에만 지금의 세종대로 거리에서 183명의 사망자와 63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학생과 시민으로 이뤄진 시위대는 세종로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많은 숭고한 희생자를 냈다. 결국 정권은 시민권력의 힘 앞에 굴복했다.

이탈리아 정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거리는 시민사회의 한 구성 요소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호기 연세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거리의 사회학'이라고 칭한다.

거리의 사회학은 1970년대 반독재 민주화 운동과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그리고 1987년, "호헌 철폐, 직선제 개헌"을 뜨겁게 외치던 6월 민주화항쟁으로 발전해 왔다.

그 후 1987년 이후 약 20년 만인 2008년 5월 광우병 촛불집회로 '100만 시민'이 다시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5월2일 첫 번째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6월10일 6·10항쟁 21주년기념으로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100만 국민이 참여한 '100만 촛불대행진'이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또 다시 '100만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7,80년대 벽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분노 표출하던 시위와는 사뭇 다른 평화시위의 모습이었다.

특히 지난 3일 6차 촛불집회에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 약 5167만명의 4.5%인 232만명이 거리와 광장으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에리카 체노워스 미국 덴버대 정치학 교수가 주창한 '3.5%의 법칙'이 어김없이 들어 맞은 것이다.

이 법칙은, 1900년대부터 2006년까지 전 세계 200건 이상의 폭력혁명과 100건 이상의 비폭력저항운동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폭력혁명은 26%가 성공한 반면 비폭력저항운동은 53%가 성공했다는 것에서 나왔다. 특히 전체 국민의 3.5%(우리나라의 경우 약 180만 명) 이상이 비폭력 시위에 나설 경우 어김없이 그 정권을 무너진다는 이론이다. 1986년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권을 붕괴시킨 '피플 파워'와, 2000년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비폭력 저항운동 등이 대표적인 예다.


◆ '촛불' 50일간의 기록

2016년의 '위대한 촛불'은 지난 10월 24일 저녁, 그간의 의혹을 사실로 바꾼 JTBC의 보도로 시작됐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가 '스모킹 건'이 됐다.

보도가 있은 하루 뒤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처음으로 1차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를 빌려 "일부 연설문과 홍보물 표현 등에서 도움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촛불의 불길은 26일 이화여대 학생들의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까' 시국선언문으로 시작됐다. 그로부터 3일 후인 29일 토요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3만명의 시민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평화 촛불'을 들었다.

이듬 날 30일 오전, 독일에 출국해 잠적을 감췄던 최순실 씨가 입국했다. 그리고 우병우 민정수석을 포함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의 사표가 수리됐다. 그리고 31일 검찰에 출석한 최순실 씨는 "죽을 죄 지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검찰은 최순실 씨를 구속해 수사를 이어갔고, 4일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 사과를 통해 "검찰조사와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면조사 요구를 묵살하며 사살상 검찰조사를 부정했다.

12일 박 대통령의 검찰조사 수용과 퇴진을 요구하며 3차 촛불집회에서 처음 100만명을 돌파했다. 18일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최순실 씨의 자녀 정유라 양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을 사실로 인정했다. 그리고 20일, 검찰의 기소 브리핑에서 국정문란과 관련된 각종 사유를 바탕으로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했다.

그 후 21에서 22일까지 양일간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40.2%), 일정을 예고한 퇴진(35.3%), 국회의 탄핵 추진(15.9%) 등 총 응답자 중 91.4%가 하야 또는 탄핵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왔다.

11월 넷째 주 한국갤럽의 대통령 업무 수행 지지도 정례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4%를 기록했다(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004명 대상, 오차범위 ±3.1%p). 한국갤럽이 대통령 직무평가를 시작한 1988년 이래 역대 최저치였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 역시 역대 최저인 12%를 기록했다.

성난 파도와 같은 시민들은 지칠 줄을 몰랐다. 지난달 26일 5차 촛불집회에서 서울 150만개, 전국 190만개의 촛불이 들렸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더욱 분노한 시민들은 다음날 30일, 민중총파업과 대학생 동맹휴업을 실시하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이달 3일 6차 촛불집회에는 서울 170만개와 전국 232만개의 '작은 횃불'이 타올랐다.

그리고 9일 오후,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됨으로써 시민들은 작은 성취감을 맛보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는 10일 7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는 예정대로 실시되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 판결이 있을 때까지 '평화 촛불'의 불길은 이어진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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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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