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긴장도 돼요. 영화를 볼 거 아닙니까(웃음). 당연히 기대도 할 거고요. 또 세계적인 작가잖아요. 감사하죠. 근데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아는 배우가 하정우랑 김윤석밖에 없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요. 하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는 자신의 작품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속 남자 주인공이 김윤석(48)이란 말에 반색했다. 영화 ‘추격자’(2008) 속 김윤석의 연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것. 물론 그가 엄중호에게서 어떻게 엘리엇을 봤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아마 영화를 본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 강렬함을 모두 벗어둔 김윤석의 섬세한 감성 연기에 또 한 번 놀랄 테니까.
배우 김윤석이 신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로 극장가를 찾았다. 14일 개봉한 이 영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알약 10개를 얻은 수현이 30년 전 자신과 만나 평생을 후회하던 한 사건을 바꾸려는 이야기다. 김윤석은 과거의 기억을 지닌 채 살아가는 외과 의사, 현재 수현을 연기했다.
“왜 장롱 속에 쳐박힌 옛날 옷을 무심코 꺼냈는데 생각지 못한 돈이 들었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작품이 될 거라 생각했죠.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언젠가 연기를 안하는 날이 올 거 아닙니까. 그때 주머니에 손을 넣어 만져지는 뭔가를 남겨야겠다 싶었어요. 관객이 많이 들어도 머릿속에 지워지는 영화가 있잖아요. 그런 생명력이 긴 영화를 주머니에 넣어놔야지 싶었죠. 또 신파가 없다는 것, 끝까지 이성을 붙들어 잡고 파고 들어가는 거에 흥미를 느꼈죠.”
김윤석은 현재의 수현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많이 봤고 많이 넣었다고 했다. 그의 감정 연기가 더욱 실감났던 것도 그래서인지 모른다.
“한 남자가 20대를 거치고 중년, 50대가 돼가는 모습을 보니까 나를 배제 못하겠더라고요. 제 모습이 투영되는 느낌이었죠. 그리고 이제 액션 같은 장르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작품보다 일상이 주는 파격, 이런 이야기가 더 좋고요. 사실 가까운 사람과 대화가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죠. 근데 또 따지고 보면 이것도 액션이었어요. 세밀해야 하고 절제해야 하는 감정 액션. 그래서 힘들기도 했고요. 특히 밥 먹으면서 (박)혜수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나 혜수와 낚시하는 장면이 힘들었죠.”
박혜수의 등장(?)에 이야기는 자연스레 극중 김윤석의 부성애 연기로 이어졌다. 김윤석은 이번 작품에서 박혜수와 부녀로 호흡을 맞췄다. 눈길을 끄는 건 아버지의 옷을 입은 김윤석의 다정한 면모들. 메가폰을 잡은 홍지영 감독이 연기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로 김윤석은 따뜻하고 또 자연스러운 아버지를 보여줬다. 당연히 여기에는 박혜수를 직접 집으로 초대하는 등 김윤석의 남다른 노력이 깃들었다.
“(박)혜수에겐 제가 대선배잖아요. 그래서 먼저 벽을 허물어야 했죠. 아빠와 딸은 연기로만 되는 게 아니라 친밀감이 느껴져야죠. 혜수한테 아빠랑 어떻게 지내냐니까 친구처럼 잘 지낸다더라고요. 저 역시 딸들과 허물없이 지내고요. 영화 속에서 밥 해 먹고 된장찌개 끓이고 하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 집 풍경이었죠. 말투도 마찬가지고요. 다정한 눈빛이요? 대개 딸을 바라보는 아빠 눈빛은 다 그래요(웃음).”
부성애 연기만큼이나 돋보이는 건 또 있다. 바로 김윤석표 멜로 연기다. 앞서 ‘쎄씨봉’(2015)에서 김희애와 가슴 절절한 로맨스를 그렸던 김윤석은 애틋하면서도 달콤한 로맨틱가이의 면모를 선보인다. 다만 부성애 연기와 달리 이건 좀 애를 먹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정말 힘들었어요. 감독님이 풍선을 들어야 한다더라고요. 전 몰랐죠. 앞에서 (변)요한이가 풍선 들고 프러포즈한 걸. 근데 풍선으로 또 얼굴을 가리래요. 미치겠더라고요. 내가 강동원도 아닌데. 하하. 또 앞에는 김성령 씨가 웃으면서 가만히 보고 있고. 식은땀 정말 많이 흘렸어요. 연기에 집중해서 극복했지만 정말 힘들었죠(웃음).”
안타깝게도(?) 김윤석의 고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김윤석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이병헌, 박해일, 고수 등과 함께 ‘남한산성’ 촬영에 한창이다. 김윤석의 신작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피신한 척화파 김상헌과 백성을 위해 화친해야 한다는 최명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김윤석은 김상헌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아주 추위와 싸움 중입니다(웃음). 거기다 한복도 입고 갓도 써야 하고 수염도 바람에 날려야 하고 두 배는 힘들어요. 이게 또 굉장히 블록버스터 급이거든요. 전투도 어마어마하고. 근데 전 문신이라 무신인 박휘순 씨가 고생하죠. 눈밭에서 전투하면서. 하하. 아마 내년 3~4월이 돼야 촬영이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