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는 '디딤돌'…긴 안목으로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뉴스핌=한태희 기자] 잇따라 글로벌 제약사들과 맺은 신약기술 계약이 반환되면서 고단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한미약품이 새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국내 신약 개발을 주도하는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를 목표로 전진 중이다. 제약업계에선 제약산업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독보적인 연구개발(R&D) 투자 제약사는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올 들어서 1251억원(1~3분기 누적)을 R&D에 썼다. 제약사 중 1위다. 지난해엔 1871억원을 쏟아부었다. 중소·중견 제약사 1년 매출과 맞먹는 금액이다.
한미약품이 R&D에 돈을 아끼지 않는 건 신약 개발이 글로벌 제약사로 가는 디딤돌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제네릭(복제약)과 개량신약, 혁신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한국형 R&D 전략'을 공개했다. 검증된 제네릭으로 R&D 투자금을 확보한 뒤 혁신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혁신 신약 개발은 지난한 과정이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확률은 0.02%. 후보물질 5000개 중 단 1개만 성공한다는 의미다. 금광(10%)이나 유전(5%) 개발보다 어렵다. 더욱이 신약이란 결실을 맺으려면 평균 12년간 1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글로벌 신약 개발 과정은 험난하고 때론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순간에 직면한다"며 "그래도 한미약품 결론은 글로벌 신약"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이 신약을 연구하는 모습 / <사진=한미약품> |
때문에 제약업계에선 긴 안목으로 신약 개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약 임상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변수에 일희일비하는 건 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약사는 특히 마일스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일스톤 계약은 성공을 전제로 한다. 한미약품이 활발히 신약 기술을 수추하며 마일스톤 계약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계약 또한 마일스톤 계약이다. 한미약품 라이센스 성과인 8조원은 '확정된 계약금'과 임상 개발이 진행될 때마다 '단계별 성취도에 따라 받는 금액', 상용화 후 판매액의 일정 비율로 받는 '로얄티'로 구성된다.
이 중 확정된 계약금은 계약과 동시에 받는다. 나머지 금액은 임상 진행률에 따라 수취한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 중 절반만 성공해도 단숨에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관순 대표는 "한미약품은 창조와 혁신의 발상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온 뚝심있는 기업"이라며 "전세계 1400조에 달하는 의약품 시장에서 새로운 국가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