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대변인 "중국 의도 분석중"…외교부도 "종합대책 마련중"
[뉴스핌=이영태 기자] 정부는 10일 중국 군용기 10여 대가 전날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들어온 것은 '침범'이 아니라 '진입'이라고 강조하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냐는 여론의 확산을 경계했다.
국방부는 지난 2013년 12월 이어도와 마라도, 홍도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포함시켰다.<그래픽=뉴시스> |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KADIZ를 침범한 의도가 사드 배치에 대한 무력 시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중국 측 의도에 대해서는 현재 분석 중에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변인은 특히 중국 군용기의 KADIZ "방공식별구역은 제3국 항공기가 우리 영공을 무단으로 침해하지 못하도록 예방차원에서 미식별 항공기를 식별하고 추적 감시하기 위한 구역으로 영공의 개념과 다르다"며 "'침범'이 아닌 '진입'의 개념이 맞다"고 설명했다.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2월과 8월 중국 군용기가 두 차례 KADIZ를 침범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이날 합참은 지난해에만 중국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한 사례가 수십 차례가 넘는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중국은 과거부터 계속적으로 많이 (진입) 해왔다"며 "이것이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군의 감시능력 공군 작전능력 노출될 우려 있어 사전 설명을 안 하고 있다"며 "우리 뿐 아니라 주변국에서도 군사작전 사항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는 원칙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투기 등을 동원한 KADIZ 비행은 이례적인 일로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 등에 반대하는 목적성을 갖고 무력 시위를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JADIZ를 침범함으로 인해 남중국해 등의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중국은 보통 2~3대씩 지나가곤 하는데 이번처럼 대수가 많은 것은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면서도 "의도에 대해서는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 현재 분석 중"이라고만 했다.
이 관계자는 사드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KADIZ 침범 횟수가 늘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항상 평균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군용기의 KADIZ 침범과 사드 배치와의 관련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군사당국과 함께 분석중에 있다"며 "중국 측의 여러 조치에 대해 정부는 벌써 오래 전부터 중국 내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한국산 화장품 불허 등 중국의 잇단 사드관련 보복 조치에 대한 당국의 대응 노력에 대해 "주시하면서 검토하고, 내부 협의하고, 관계부처·유관기관·관련업체와 긴밀한 협업을 하고 있다"면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종합적인 노력'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합참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10여 대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약 5시간 동안 제주도 남쪽 이어도 인근 KADIZ를 침범했다. 전투기·폭격기·정찰기 등 10여 대가 2~3대씩 짝을 지어 순차적으로 KADIZ를 거쳐 대한해협을 빠져나가는 비행을 벌였다.
이에 한국 공군은 F-15K와 KF-16 전투기 10여대를 긴급 출동시켜 경고통신을 했다. 중국 군용기들이 KADIZ를 빠져나갈 때까지 감시 추적하는 등 필요한 전술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군 당국이 직통망 등을 통해 군용기의 종류, 비행목적과 임무 등을 물은 결과 중국 측은 "자체 훈련"이라고 답변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이란?
방공식별구역이란 자국의 영토와 영공을 방위하기 위한 구역으로 국가안보 목적상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을 말한다.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은 아니지만 이곳에 진입하는 군용 항공기는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진입 시 위치 등을 통보해주는 것이 관례다. 의무사항은 아니다. 통보 없이 외국 항공기가 침범하면 전투기가 출격한다. 국별 방공식별구역은 앞에 자국의 영문이니셜을 붙여 표기한다. 한국방공식별구역은 KADIZ, 중국방공식별구역은 CADIZ, 일본방공식별구역은 JADIZ라고 표기한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