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역도요정 김복주' 이성경이 '로코퀸'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뗐다.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 조연을 여러 차례 거치며 약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야말로 쾌속성장이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타이틀롤을 연기한 이성경. 부담도 많았을 테지만 팍팍한 시청자들 마음을 잠시나마 촉촉하게 물들였다. '치즈인더트랩', '닥터스'에서 보여줬던 인상깊은 서브 역할에 비해 임팩트는 약했어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제대로 완성해냈다.
"쫑파티에서 엄청 울었어요. 아침에 눈이 소세지가 됐죠. 드라마 안에서 복주 친구들이 단합했던 것처럼 스태프들도 다 그랬거든요. 힐링도 많이 됐던 작품이라 고맙고 아쉽고. 아쉬워도 잘 안우는데 어제는 눈물이 많이 났어요. 주혁이도 마지막 신에서 울더라고요. 작품하고 울었던 게 데뷔작 '괜찮아 사랑이야' 이후로 처음이에요."
'역도요정 김복주'의 시청률을 보면 알 수 있듯, 마냥 꽃길은 아니었다. 경쟁작 '푸른 바다의 전설'에 밀려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준형과 복주 커플을 응원하는 꾸준한 팬들이 그 원천이었다. 이성경은 "만족스럽게 해냈다"고 그간을 돌아봤다.
"현장에서 편안하게 행복하게 연기했어요. 평소에도 복주처럼 있었고 복주로 살아서 그냥 슛 들어가면 하던 대로만 하면 됐죠. 드라마에서도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어서 설레는 게 청춘'이라고 하는데, 그게 딱 우리였죠. 저는 가진 게 하나도 없는 신인 배우에 불과해요. 아직 훌륭하지도 않고 작아보이는 사람들이 작게 시작했던 작품이었고 더 자유로웠어요. 부끄럽지 않게 잘 만들자 생각했고, 그 중심에 서있을 수 있어 감사했어요."
예쁜 외모와 늘씬한 몸매부터 화려한 데뷔 후 이력까지. 이미 많은 것을 갖고 있고, 쌓아온 듯한 이성경이 "잃을 게 없다"는 말을 하니 조금 어색했다.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묻자 곰곰이 생각하며 속내를 풀어놨다. 그는 "연기에 관해서는 확실히 책임감을 갖지만, 더 이상의 책임을 질 정도의 사람이 아직 아니다"라고 스스로의 위치를 말했다.
"잃을 게 없다고 한 건, 뭘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해도 그게 제 거라고 생각이 안들어서예요. 연기를 하는 사람이 좋은 작품과 환경을 만난 건 행운이자 선물이죠. 다시 안올 수도 있는 기회기도 하고요. 열심히 연구해서 해도 혹평을 받을 수도 있고, 얼떨결에 했는데 칭찬을 많이 받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제가 잘해서 뭐가 된다고 여기진 않는 것 같아요. 부족한 사람이고,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연기하는 것 뿐이었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작품만 보고 달릴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아무리 그래도 데뷔 2년 만에 원톱 주연으로 올라서며 걱정이 없을 수야 없었다. 다행히 이성경은 그 중에서도 감사한 부분을 먼저 떠올려 바라봤고, 더 최선을 다했다. 그는 "주연이라 힘든 건 말도 안되는 스케줄이었던 것"이라면서 웃었다.
"주인공이니까 대본에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고 잘 쌓여 있었어요. 어떤 면에선 연기하기 수월했죠. 조연에 비해 복주는 모두가 이야기를 먼저 만들어주고 고려해주니까요. '내가 뭐기에 이런 걸 누리고 있지?' 싶을 땐 감사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어요. 참 감사한 게 감독님이 너무 제 복주를 기대하셨고 에너지를 좋아하셨어요. 외모도 걱정 안하셨대요. (웃음) 어떻게 믿고 말이 안되는 신뢰를 주셨을까요.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제가 어떻게 복주를 했을까요. 아무도 안시켜주셨을 거예요."
극중 복주의 매력은 사실 이성경과 닮은 것처럼 보였다. 운동선수에 평소 약간의 거친 성격도 있지만 속은 한없이 여리고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천상 여자. 복주는 사랑스러웠고, 준형과 로맨스는 오래 기다린 만큼 달콤했다. 하지만 이성경은 복주를 연기하며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배우 이성경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복주를 연기하면서 복주를 통해서 알게 된 게 많아요. 역도선수가 여자로서 어떤 마음일지 직접 역도를 하면서 느낄 수 있었죠. 아직은 복주에 푹 빠져있는 것 같아요. (웃음) 짝사랑을 안해본 건 아니지만 먼저 마음을 드러낸 적은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까진 철벽녀였거든요. 첫 연애도 22살에 처음 해봤어요. 현실에선 좋아하면 솔직하게 표현하지만, 먼저 어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이제 복주를 보내며, 이성경은 "뜨겁고 순수한 청춘으로 기억할 것 같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2년 동안 '초고속 성장'은 이뤘고, 이제 꾸준히 성과를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비슷한 경력의 여배우들을 하나둘 떠올려볼 때, 이미 타고난 조건에 열정까지 겸비했으니 이성경이 업계가 찾을 수밖에 없는 배우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역도요정 김복주' 촬영하면서 진짜 좋았고 예쁜 드라마였어요. 그렇게 봐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덕분에 저도 그렇게 이 작품을 추억할 것 같아요. 그동안 운 좋게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났어요. 잘해서라기보다 그게 컸고, 분수에 넘치게 좋은 기회들이 많이 왔었죠. 얼떨떨하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저에게 달린 거니까요. 최대한 후회없이 지금 열심히 연기하려고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뭘 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해요. 영화도 당연히 해보고 싶죠. 아직 저는 연기 꿈나무예요. (웃음)"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