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방만경영 지적…'불법 보조금' 논란 휘말릴 가능성
[뉴스핌=송주오 기자]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다시 공기업으로 지정되는가가 금융권 이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들 은행의 통제가 느슨해 방만경영이 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금융권에선 공기업 지정이 트럼프 정부와 통상 마찰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이다. 예를 들어 공기업으로 전환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을 지원하면 ‘산업은행 지원=정부 지원’이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금지한 불법 보조금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공공기관은 크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나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현재 기타 공공기관으로 공기업에 비해 정부의 통제를 덜 받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재부는 오는 31일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에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공기업 지정을 추진한다.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이사회와 임원 임명 등을 공운위의 심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기재부는 통제가 느슨하니 대우조선해양 같은 부실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운다. 수조원의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감시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것.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사진=산업은행> |
문제는 통상 마찰 가능성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내정자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우리의 교역국들이 자유무역을 더 실천하길 원한다”며 “교역국 정부가 사업체를 소유하거나 생산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스 내정자의 말을 따르면 산업은행이 공기업으로 전환해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국제 사회에서 산업은행의 부실기업 지원은 논란거리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지난 2015년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대해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발표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 측은 “지원안보다 대우조선 청산에 따른 손해가 크다”며 상업적 판단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이 같은 논리를 펼치기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자국산업 보호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를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 기업의 해외 투자계획을 막고, 외국 기업의 미국내 투자를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이 공기업이 되면 외국에서 정부와 동일시 할 수 있다”면서 “자국산업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