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관련 청와대 개입 정황
순환출자 해소 가이드라인 예외조항 논란
공정위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다시 칼날을 겨누면서 향후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검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공정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8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이날 특검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2015년 12월 순환출자 해소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강화된 3개의 고리를 해소하거나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처분대상 1000만주→500만주로 완화…모호한 '예외조항' 주목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장 <뉴스핌 DB> |
특검은 공정위가 당초 1000만주를 처분대상으로 판단했으나 청와대의 압력으로 처분대상을 절반으로 줄여준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의 최순실씨 일가 지원에 대한 대가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통해 공정위에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 담당 직원의 일지를 통해 김 전 부위원장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삼성측과 김 전 부위원장이 접촉한 사실을 특검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정위가 발표한 순환출자 해소 가이드라인의 예외조항이다. 7가지 유형별 사례와 3가지 예외조항을 제시했는데 공정거래법 특성상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공정위는 특검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관련법상 절차대로 처리했고 전원위원회가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절차대로 진행됐고 (전원)위원회가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청와대의 개입 정황에 대해서는 "현재 특검 조사가 진행 중이라 언급하게 힘들다"고 밝혔다.
◆ 개인비리 아닌 조직적 개입 정황…공정위 위기감 고조
이번 '삼성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삼성은 물론 공정위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일부 직원의 개인비리는 몇 차례 있었으나 정권 차원의 게이트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비록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조직적인 비리로 불거질 수 있다.
공정위는 현재 대변인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 외에 소관부서인 경쟁국 직원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삼가고 있다. 그만큼 조직 전체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만약 조사 중인 김 전 부위원장이 구속될 경우 조직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 검찰'이라는 불리는 공정위는 다른 부처에 비해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 공정성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앞서 관세청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최상목 기재부 1차관(전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과 정만기 산업부 1차관(전 대통령비서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이 특검 조사를 받았지만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은 다른 부처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정위 입장을 해명하거나 브리핑할 계획은 없다"면서 "특검의 (김학현 전 부위원장)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