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영장 기각 25일 만에 재소환, 경영 과제 산적
[뉴스핌=최유리 기자] 갈길 바쁜 삼성그룹이 또 다시 암초를 만났다. 특별검사팀이 근 한달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소환하면서, 삼성그룹은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서초사옥 출근후 9시께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발했다. 9시30분경 특검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실히 말하겠다"고 밝힌 뒤 조사에 들어갔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소환조사한 것은 구속 영장 기각 이후 25일 만이다. 지난달 19일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으로 한숨을 돌렸던 삼성은 다시 초긴장 모드다. 삼성의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 200여명은 주말부터 삼성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동 특검사무실에 뇌물공여 혐의로 재소환되고 있다. 이 부화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바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구속영장 기각 이후 삼성은 쇄신안 마련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에 공식 탈퇴서를 제출했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전실 해체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특검의 재소환으로 경영 시계는 다시금 멈추게 됐다.
현재 삼성은 미전실 해체 후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그룹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거나 그룹 전체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대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해체 방식을 따를 경우 겉모습만 바꾸고 정작 내용은 변화가 없다는 비판에 부딪힐 수 있다"며 "특검 이슈 이후 여론에 민감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은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뤄왔던 사장단 인사와 그룹 공채를 비롯해 지배구조 개편, 지주회사 전환 등 경영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당장 오는 17일에는 미국 전장 업체 하만이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과 합병안건을 의결하는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다. 일부 하만 주주들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혀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는 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형석 기자 leehs@ |
현안은 많지만 삼성은 특검 조사에 발목을 잡힌 모습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배제하지 않아 삼성은 초긴장 상태다. '총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리스크를 다시 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선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쇄신 속도를 높이려는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로 방향을 틀었다는 지적이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해 특혜를 줬다는 수사가 진척이 없자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의혹을 엮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조사의 쟁점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 과정이다. 합병 과정에서 공정위가 강화된 순환 출자 해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한 학계 전문가는 "첫 번째 소환 조사와 구속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재소환 조사에 나선 것은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정치검찰이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증명하기 위해 억지로 재벌을 엮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 충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조사가 마무리돼 봐야 알겠지만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1차 소환 때처럼 이번 조사에 성실히 임해 뇌물 혐의를 벗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