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지원 기자] “시청률이 잘 나오고 대박이 났더라면 더 좋았겠죠. 하지만 전 ‘화랑’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먼 훗날 돌아봐도 20대의 파릇파릇한 에너지가 느껴질 것 같아요.”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 이야기를 꺼내자 배우 도지한(27)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극중 신라 최고의 권력자 박영실(김창완)의 양자로, 얼굴 없는 왕을 헤치기 위해 화랑들 사이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반류’ 역을 맡았다.
“오디션 볼 때부터 반류 캐릭터가 탐났어요. 사연도, 감정 변화도 많은 인물이라 연기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지만 꼭 도전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먼저 ‘반류’를 해보고 싶다고 어필했어요.”
‘화랑’은 1500년 전 신라의 수도 서라벌을 누비던 꽃 같은 사내 화랑들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린 청춘 사극. 도지한을 비롯해 박서준, 박형식, 최민호, 조윤우, 김태형 등 비슷한 또래의 젊은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현장 분위기가 아주 좋았어요. 다음날 촬영이 없는 날이면 함께 PC방에 가서 게임도 하고, 술도 마셨고요. 한참 장난치고 놀다가도 자기 신 차례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열일’을 하고요. 한 여름부터 촬영에 들어가서 너무 힘들었는데, 동료들 덕분에 견딘 것 같아요. 같이 있으면 재밌고 즐거우니까 다 잊게 되더라고요.”
모이기만 하면 시끌벅적한 사내 6명. 그중 분위기 메이커는 김태형이었다.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김태형(뷔)은 실제로도 맏형 박서준과는 7살, 도지한을 비롯한 나머지 화랑들과는 4살 차이가 나는 막내였다.
“태형이가 워낙에 끼도 많고 귀여워요. 가수 활동 하는 것만으로도 바쁠텐데, 정말 열심히 했어요. 연기에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이 예쁘더라고요. 모르면 모르는 대로 조언을 구하는 모습도 좋아보였고요.”
‘화랑’들의 우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촬영 당시 만든 단체 카톡방은 요즘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서로 안부도 묻고, 같이 게임하자고도 하고요. 엊그제는 ‘화랑’에서 제 키스신이 나왔는데, 그 TV 화면을 찍어 보냈더라고요. 그냥 다들 그렇듯이 사사로운 이야기를 해요.”
도지한은 극중 라이벌인 수호(최민호 분)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대립함과 동시에 그의 여동생 수연(이다인 분)을 사랑하게 되면서 신라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 연기를 펼쳤다. 특히 이다인과는 키스신까지 찍으며 ‘반연 커플’로 주목을 받았다.
“예상보다 많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아무래도 메인 커플에 비해 분량이 적으니까 둘이 주어진 상황에서 잘해보자고 했죠. 촬영 전에 얘기도 많이 나눴고요. 다인이가 성격이 밝고 좋아서 현장에서 호흡이 좋았어요. 지금도 서로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100%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드라마 ‘화랑’. 덕분에 매주 본방사수를 하고 있다. 그 사이 시간이 또 흘렀다고, 다음 이야기가 기억이 안날 때도 있어 새로운 기분이 든단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연기는 매 순간순간이 아쉽다고 했다.
“TV를 보면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대신 제가 한 것들은 전부 아쉽고요. 다음에 하면 더 잘 할 것 같은데, 연기하는 동안에는 끝까지 만족은 못할 것 같아요.”
지난 2009년 KBS ‘공주가 돌아왔다’로 데뷔한 도지한은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거상 김만덕’을 비롯해 영화 ‘이웃사람’ ‘뷰티인사이드’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영화 ‘타워’에서는 자신의 롤모델인 배우 안성기를 마주하며 감격하기도 했다.
“예전부터 안성기 선생님이 롤모델이었어요. 영화 ‘타워’때 직접 뵀는데, 후배들부터 스태프들까지 하나하나 다 챙기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인간적으로도 존경하게 됐어요.”
짙은 쌍꺼풀, 깊은 눈매, 오똑한 콧날….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도지한은 혼혈이라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장 큰 매력으로 ‘눈’을 꼽았다.
“다들 오해하시는데 정말 자연산이에요(웃음). 그리고 사실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눈’ 같아요. 뭔가를 담아내려면 작은 눈 보다는 큰 눈이 좋잖아요.”
도지한은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고민하고 만들어낸 캐릭터를 대중들이 좋아해주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느낀 건 해도 해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똑같은 게 하나도 없어요. 늘 어려워요. 하지만 이 일을 하는 동안 고민은 계속 할 거고요,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할 거에요. 그래서 훗날 대중들이 ‘도지한’이라는 제 이름만 듣고 믿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한편, KBS 2TV ‘화랑’은 오는 21일 종영하며, 도지한은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