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황수정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옥수수 마가린이 너무 맛있어요. 빵을 바삭하게 구워서 발라 먹으면 와인 안주로 딱이에요.(웃음)"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에 항상 마지막으로 못한 말 혹은 꼭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묻는다. 대부분은 없다거나 혹은 작품이나 자신의 포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예상밖의 대답은 처음. 차갑고 도도한 첫인상과 달리 소녀스러운 딱 그 나이대만의 발랄함과 엉뚱함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배우 신세휘(21)의 이야기다.
신세휘는 최근 종영한 JTBC '솔로몬의 위증'에서 이주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극중 이주리는 피부염 때문에 최우혁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인물로, 친구의 자살을 타살이라고 주장하며 최우혁(백철민)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처음 쓰며 이야기의 핵심인 교내재판이 생기게 만든 캐릭터다.
"고민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던 작품인데 끝나서 후련하기도 하고 많이 아쉬워요. 힘들다기보다 감정적인 표현을 해야 해서 그게 걱정이 많이 됐죠. 주리를 이해하려고 하면서 저에게 없는 증오감을 표출해내려 많이 노력했죠. 덕분에 저도 모르는 저의 모습들을 많이 찾았어요. 감정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어려웠지만 도전해 볼만한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이주리는 고발장 때문에 친구들과 더욱 멀어진다. 스트레스에 입을 닫아버리는가 하면, 학교 전학을 고민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모두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외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악을 쓰고 분노했다. 이런 이주리에 대해 신세휘는 공감과 반감을 동시에 가졌다.
"외로움을 탄다는 게 정말 많은 공감을 자아냈어요. 제가 고3 이후 서울에 올라와서 혼자 자취를 했거든요. 제 스스로는 독립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주리를 통해 어두운 면들을 표출하다보니 제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 사람이라고 확정했던 것 같고, 그런데 지금 보니 외로움도 타고 사람도 그리워하고, 그리고 이것들이 나쁜게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다만 주리에게 남은 건 엄마밖에 없는데 엄마에게까지 성질을 부리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저라면 더 의지를 많이 했을 거에요."
다양한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면서 스스로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신세휘는 스스로 혼자 있는게 좋고 혼자 취미생활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모두 자신의 자존심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덕분에 극이 아닌 일상에서도 감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이주리를 연기하면서 더 감정에 솔직해졌어요. 슬픈 감정과 우울한 감정이 나쁜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오히려 담아두고 외면해버리니까 그게 더 독이 되더라고요. 무엇을 해도 공허하더라고요. 출연료가 들어와서 사치를 부리거나 먹을 걸 사먹어도 공허했어요. 저를 채워주는게 없어서 이게 뭘까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너무 감정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한거죠. 그래서 눈물이 날 때는 그냥 울어버리고, 부모님께도 전화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지인들도 많이 만나고 있어요."
특히 '솔로몬의 위증'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신세휘의 분장. 얼굴을 뒤덮은 빨간 피부염들은 예전 신세휘를 떠올리지 못하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아직 어린데다 여자이기에 예쁘게 보이고 싶었을 법도 하건만, 신세휘는 오히려 "더 좋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냥 빨간 점만 찍어줬어요. 그런데 화면에 필터링까지 들어가니까 잘 안보이더라고요. 저도 이주리가 겨우 이걸로 놀림받고 그럴 애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분장하시는 언니도 그렇게 느꼈나봐요. 주리가 더 망가지는 모습을 표현하자고 해서 다크서클도 만들고 각질도 만들고 더 강하게 분장을 했죠. 저는 오히려 더 좋았어요. 몰입도 잘 됐고, 주리의 응어리 진 마음들이 잘 표현된 것 같았어요. 또 제가 아무리도 연기 경험이 적다보니 연기력이 부족한데, 분장 덕분에 대중들이 주리라는 아이에게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실제로 마주한 신세휘는 모공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타고난 피부라고 말하는 신세휘도 피부 트러블에 대한 스트레스를 겪어본 적 있다. 아직 20대 초반임에도 꾸준히 관리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얼굴에 작은 게 하나 난 적이 있는데, 그거 하나만으로도 너무 신경이 쓰였어요. 주변에 피부로 고민이 많은 친구들에게 본연의 아름다움이 망가지는게 아니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라고 했는데, 오히려 제가 그런 상황이 되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웃음) 원래 제가 잘 관리를 못하는 편인데 지금은 많이 신경쓰는 편이에요. 주리를 연기하면서 분장 때문에 자극을 많이 받아서 평소에는 화장을 잘 안해요. 너무 잦은 세안도 안 좋다고 해서 아침에는 물세안만 해요. 선크림은 하루에 8번은 발라요.(웃음)"
신세휘는 고등학생 토론 프로그램인 tvN '고교10대천왕'으로 데뷔했다. 전국학생신문 기자단이었던 친구가 신세휘의 기사를 싣게 됐고, 이를 PD가 보고 연락이 닿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꿈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때라 다양한 기회를 겪어보고 싶었고, 방송에 관심을 갖게 됐다. 덕분에 지금의 소속사를 만날 수 있게 됐고, 연기와 사진을 고민하다 확실하게 배우로 진로를 정하게 됐다.
"학생 때는 이야기하고 싶은게 많잖아요. 좀 비판적이기도 하고.(웃음) 처음으로 방송국에 갔더니 너무 좋은 거에요. 중학생 때 우연히 친구 따라 연기 학원에 갔다가 잘 적응을 못했어요. 입시학원이라 훨씬 적극적이고 연극적이라 분위기가 적응이 안됐죠. 진로를 결정할 시기에 우연히 사진작가님과 작업을 하면서 사진에 빠지게 됐어요. 사진학과에 가려고 준비했고, 대학교도 붙었는데 갑자기 방송이라는 큰 기회가 생기니 놓치기 아까웠어요. 부모님도 응원해주셔서 학교는 지금 휴학하고 연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신세휘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한효주 닮은꼴'이라는 수식어. 크고 동그란 눈과 하얀 피부 등 한효주 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꼭 닮은 외모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높은 인기만큼 악플도 따라왔고, 신세휘는 "신경 안 쓰려고 한다"고 덤덤히 말했다.
"악플을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얘기해줘요. 사람인지라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고 괘씸하기도 하고 이해가 안 가기도 해요. 저에 대한 오해가 있거나 제가 마음에 안 들거나 그냥 화풀이 상대인 것 같아서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하죠. 다만 속상한 점이 있다면 너무 그분(한효주)과 비교하다보니까 그분과 다른 건 나쁜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저는 저니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 나쁘다고 확정지으니까 속상하죠. 그래도 워낙 아름다우신 분이고 누구나 예쁜 분 닮았다고 하면 기분이 좋긴 하죠. 덕분에 한 번 더 관심을 받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저의 색깔을 찾아서 대중에게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제 숙제인 것 같아요."
'솔로몬의 위증'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긴 했지만 아식 신세휘의 갈 길은 멀다. 이제 막 연기의 맛을 들이고 한발짝 나아가기 시작한 신세휘의 가장 큰 목표는 "마니아층이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렌스 같은 연기도 하고프다. 솔직하고 당당한 신세휘의 연기 인생을 응원한다.
"대중적이고 온 국민이 아는 배우가 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저를 깊이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쳐지나 가더라도 자꾸 머릿속에 생각나고 인상 깊은, 마니아층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렌스처럼 자신의 의견을 잘 얘기하고 당돌한 그런 역할도 맡아보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글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