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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권·노조'에 발목잡힌 현대중공업

기사입력 : 2017년02월27일 16:59

최종수정 : 2017년02월27일 16:59

자율적 구조조정 가로막아 핵심 사업 육성 차질 우려

[뉴스핌=조인영 기자] 27일 오전 10시 울산 현대중공업 한마음회관에서 노조와 경찰, 사측이 한데 얽혀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현대중공업 사업분할을 놓고 임시주총이 열린 이곳에서는 안건에 반대하는 노조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사측 간 긴장감이 흘렀고 결국 사단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주총은 11시 45분이 되서야 끝이 났다. 

현대중공업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회사 존립이 위태로운 시기에 각자도생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지배구조를 개선해보겠다는 사측의 노력은 정치권-노조 연대에 가로막혀 초반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노조는 분사 철회를 요구하며 사흘째 전면 파업중이다. 이에 호응하는 울산과 군산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도 삭발을 감행하며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밝힌 분사의 목적은 '부문별 핵심사업 육성'이다. 조선·해양에 의존적이던 사업구조를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부문으로 재편해 독립경영체제를 보장하는 것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현 구조에선 모든 투자가 매출 비중이 큰 조선·해양 위주로 이뤄지고 비조선은 소외될 수 밖에 없다"라며 "분할되면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업무 배분의 효율성도 높아져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정당성을 옹호했다.

현대중공업 사업분할은 유례없는 불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115만CGT(480척)으로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와 척수 모두 2015년(3962만CGT, 1665척)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1996년 이후 최저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708만CGT(1244척) 보다도 못한 숫자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64척(미포·삼호 포함)만 수주했을 뿐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지자체는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악영향을 이유로 연일 현대중공업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울산은 인력이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경하게 촉구하고 있다.

회사는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공장은 그대로 남고, 서울·군산에서 직원들이 옮겨오기 때문에 2015년 말 대비 직원수는 오히려 늘어난다고 설득하나 울산의 비난여론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현대중공업  노조는 울산시와 군산시와 연대해 지난 23일, 24일에 이어 주총 당일인 27일까지 전면파업을 벌였다. 경영 합리화를 핑계로 정몽준 대주주의 아들 정기선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수순이며, 사업이 분할되면 고용불안, 임금삭감, 지역경제 악영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회사의 고용보장 약속도 2년짜리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에 있다. 정당하게 돈을 벌어 믿고 투자해준 주주와 직원들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이유다. 현재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계는 장기불황과 비효율적인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금을 반납해가며 수 년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수 만명의 일자리가 놓인 현대중공업의 생존은 일부 경영진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노조를 비롯한 전체 직원들의 동참과 관련 지자체들의 협조가 이뤄져야만 정상화가 가능하다.

회사가 올바른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빨간불일 땐 멈춰서고, 파란불일 때 건너는 것은 어린아이도 알고 있다. 자기 주장만 고집하다가는 공멸을 부를 뿐이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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