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저 알고 보면 어둡고 다크해요. 하하.”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고, 참고 참고 또 참는 대표적인 ‘캔디’ 배우 이청아(33)가 달라졌다. 밝고 맑은 눈동자에는 어둠이 짙게 깔렸고, 반듯하던 행동은 어딘가 의심쩍어졌다. 기회주의적인 건 물론, 때때로 간교하기까지 하다.
이청아가 지난 1일 신작 ‘해빙’을 선보였다.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 스릴러. 극중 이청아는 비밀의 키를 쥔 토박이 간호조무사 미연을 열연했다.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오지 않았어요. ‘늑대의 유혹’(2004) 이후에 세상없이 착한 역할을 맡기 시작하면서 6년 정도 그런 카테고리 속 인물만 연기했어요. 변화를 주고자 푼수 역할, 불쌍한 역할도 해봤는데 ‘밝음’으로 한 데 묶이더라고요. 근데 ‘해빙’은 제게 검은색을 풀어놓은 듯한 회색이 아스라이 진 첫 작품이었죠.”
이청아가 극중 연기한 미연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승훈에게는 한없이 친절한데 또 환자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무심하기 짝이 없다. 이청아는 이런 미연을 두고 ‘카멜레온’이라고 표현했다.
“미연은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요. 그래서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을 대할 때와 속된 말로 ‘아웃 오브 안중’인 사람을 구분 지으려고 했죠. 또 최대한 현장에서도 눈치도 안 보고, 실제 낯을 가리는 부분을 살리고자 했어요. 지금은 가까워졌지만, 촬영 당시에는 (조)진웅 선배에게도 친밀함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서로 거리를 뒀어요.”
이청아가 미연을 위해 신경을 기울인 건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미연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매 장면 디테일을 살렸다. 실제 같은 직종에 몸담은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물론, 행동 하나하나 연구했다.
“조금씩 쌓으면 결국 어떤 딱 하나로 연결된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문자를 끝까지 보면서 할머니를 모시고 가거나 밥을 먹다가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 등이 그렇죠. 또 명품백을 즐겨 사면서 밥값을 딱 맞춰주거나 병원 밖에서는 핫팬츠에 시스루 옷을 입었어요. 머리도 허술하게 묶었고요. 그런 부분이 쌓여서 미연이란 인물이 적립되는 듯했어요.”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많은 분량이 아님에도 불구, 이청아는 ‘해빙’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실제 영화가 베일을 벗은 후 많은 관객이 이청아의 연기 변신에 집중했다.
“사실 걱정도 많았어요. 근데 언론시사회 끝나고 지나가는데 어떤 기자님이 지나가면서 저에게 ‘잘 봤어요, 잘하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제야 안도가 되면서 긴장이 풀렸죠. ‘그래, 혹시 백 명이 못했다고 해도 진심으로 잘했다고 한 한 명이 있으면 됐어’ 싶었어요. 정말 처음 미연에게 면이 서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좋았죠.”
그때를 회상하는 이청아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미연과 ‘해빙’, 나아가 연기에 대한 열정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제가 싫증을 잘 내요. 근데 연기는 올해가 16년째더라고요. 마흔을 넘기면 인생의 반 이상을 연기와 함께한 거죠. 유일하게 재밌어하는 게 이거예요(웃음). 그동안 단역도 하고 주연도 하고 그러면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오긴 해지만,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요. 앞으로도 질책하면서 조금씩 더 성장해 가는 모습,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게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