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1분기 영업익 추정치 두 달만에 9% 하향 조정
사드 이슈 장기화될 경우 화장품사 실적 악화 불가피 전망
[뉴스핌=이에라 기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계속되면서 면세점 판매 비중이 높은 화장품 업체의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K뷰티의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두 달만에 10% 가까이 떨어졌다.
9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가 지난해 말 대비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1분기 영업익(연결) 컨센서스는 3497억원이다. 작년 1분기 영업익 보다 3.5% 증가한 수준이지만, 두 달 전 추정치 3853억원보다 9.2%나 하향된 것이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추정치도 두달전 보다 각각 5.0%, 7.3% 줄어든 1조6174억원, 2748억원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의 1분기 영업익 추정치도 두달전보다 2.9% 하향된 2554억원으로 조사됐다. 매출액과 순이익 추정치는 각각 1.9%, 4.3% 하향됐다.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것은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 따른 여행객 감소 전망에서 비롯됐다. 중국 정부가 오는 15일 이후 한국 단체관광상품 전면 판매 금지 지침을 내렸고, 국내 면세점에서 K뷰티 인기를 주도한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도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40% 이상이 유커로, 단체 관광 금지는 중국인 의존도가 높았던 면세점에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중국인 절반이 면세점을 통해서 구입하던 화장품 업체들도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위기가 우세하다.
면세점 큰손으로 불리던 중국인 중 절반 정도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LG생활건강의 '후' 등 화장품 쇼핑을 선호해왔다. 특히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에는 국내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들 사이의 매출 1,2위가 '설화수'와 '후'일 정도로 높은 인기였다.
면세점은 화장품 업체들 사이에서 마진율이 가장 높은 채널이다. 면세점 고객의 80~90%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액이 떨어지면, 화장품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중국인 영업익 비중은 35%를 넘는다. LG생활건강도 30% 수준이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조치로 면세점 매출 비중이 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순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중국인 관광객이 연간 20% 감소할 경우 아모레퍼시픽의 연간 영업익은 8.2%, 순이익은 7.9%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중국인 관광객이 30% 감소할 경우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익이 기존 추정치보다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대 연구원은 "중국 인바운드 관광객이 올해 564만7000여명으로 당초 전망했던 것보다 30% 줄어들게 되면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 대비 10~11%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사드 이슈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화장품 업종의 실적 추정치가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승은 BNK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사드 관련 보복이 장기화 될 경우 한국 화장품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