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 축소 효과 법인세는 6조원
모든 세목에서는 30조원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수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지키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은 공약을 현실화할 재원과 관련해 이 같은 조세의 기본원칙을 따르겠다고 천명했다. 문 전 대표는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을 제시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약 21조원의 재원이 필요해 증세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누구에게서 어떤 명목으로 세금을 걷을 것인가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탄핵정국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문재인의 호소(號召)'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법인세는 외국과의 경쟁
문 전 대표는 세금 관련 공약으로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고액상속자 상속세 인상 ▲자본소득 과세 확대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을 내걸었다. 법인세 명목세율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자세를 취한다. 대신 비과세·감면을 정비해 실효세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TV토론회에서 "이재명 시장은 대기업 법인세를 30%까지 높이자고 하는데, 8%포인트나 올리면 기업들이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말했다. 법인세를 당장 올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인세 관련 비과세·감면 축소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재원 확보 여력은 약 6조원으로 추산된다.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서 세액공제가 적용되고 있는 것을 거두는 것만으로 6조원의 추가재정 확보가 가능다는 것. 이에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 모든 세목에서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면 약 30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법인세는 해외 기업 유치를 놓고 다른 국가와 경쟁을 벌이는 영역이다. 세율 인상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소득세나 부가세에 비해 크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법인세) 세율을 높이면 단기간에 세수가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 투자나 성장이 위축돼 장기적인 세수증가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만 비과세·감면 축소는 쉽지 않다.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로 가면서 노력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소득세 올리고, 담뱃값 내리고
문 전 대표는 최근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담뱃값은 물론 서민에 부담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를 적절히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세 등의 직접세는 올리고,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는 내리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경제 파급효과가 적은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우리나라 부가세는 10%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부가세는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세부담을 지우는 것이라 서민증세 측면이 크다. 부자증세를 원칙으로 하는 문 전 대표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의 경우 OECD 평균은 8.6%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절반에 못 미치는 3.7%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40%로 OECD 평균보다 높은 반면 근로소득 면세자의 비율이 48%를 넘어선다. 사업소득자의 과세비율도 70%에 미치지 못한다. 문 전 대표 측이 언급한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수익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르면 소득세에서 세금 공백도 좁혀질 수 있다.
다만 담뱃값 인하에 대해서는 흡연율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한번 올린 세금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청소년의 흡연율 하락 효과 등 다른 측면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