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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장주연 기자] 변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인기였다. 서대영 상사.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그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만났고, 서대영 상사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어쩌면 변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기어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중심을 잡고 서 있었다. 그리하여 다시 마주한 그는 여전히 겸손했고, 여전히 재치 넘쳤다. “그 사이 톱스타가 됐다”는 인사에 “다 거품”이라고 받아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모든 게 그대로였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의 여심을 사로잡고 있는 배우 진구(37)가 신작 ‘원라인’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지난 2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이름, 나이, 신분 등 모든 걸 속여 돈을 빌리는 일명 ‘작업 대출’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범죄오락물. 각기 다른 목표를 지닌 사기 전문가들의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렸다.
“대본으로 볼 때나 현장에서 느낀 거보다 잘 나온 듯해요. 단순 범죄 오락 영화라고 생각하고 참여했는데 그 이상의 메시지가 있었죠. 사람이 돈보다 중요하다는 거요. 원래 제가 교훈이 담겨 있고 알기 쉬운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착한 사람은 잘되고 나쁜 사람은 안 되는(웃음). ‘원라인’도 그렇게 나왔더라고요. 보면서 감독님께 다시 한번 놀랐죠. 특히 흔한 범죄 오락 영화가 아니란 점은 제가 자부할 수 있어요.”
극중 진구가 열연한 인물은 전설의 베테랑 장과장. ‘작업 대출’계에서는 잔뼈 굵은 실력자로 사람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는 능구렁이다. 그 누가 찾아와도 스캔 한 번으로 작업을 들어가 일사천리로 대출을 받아내고 한눈에 민대리(임시완)의 재능을 알아보고 스카우트하는 예리한 안목도 가졌다.
“특별히 준비한 건 없어요. 굳이 꼽자면 손짓 정도죠. 감독님께서도 따로 준비할 거 없이 편하게, 평소대로 하라고 하셨고요. 전 장과장이 선과 악의 모호함을 가진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연기할 때 정답이 안 나오면 모호하게 하는 편이죠.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게요. 관객이 그걸 두고 토론할 때 희열을 느끼죠. 또 어떻게 보면 저 자체가 그런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간 극과 극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이미지가 묻어나게 됐죠.”
하지만 장과장을 연기하면서 그가 마냥 편했던 건 아니다. 되레 몇 번이고 의문을 가졌다. 이유는 뜻밖에도 양준모 감독 때문이다. 언제나 그에게 “잘하고 있다, 바르게 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 탓(?)이다. 물론 진짜 잘하고 있기에 한 말임을 모두가 알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걱정도 됐다.
“거의 방목 수준이었죠. 하하. 이게 무한 신뢰이자 감사한 칭찬인 걸 알지만, 괜히 불안한 거예요. 어쨌든 ‘원라인’ 하면서 느낀 건 감독님이 입봉 감독임에도 불구, 정말 베테랑이라는 거죠. 과거 봉준호 감독님과 작업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풀려가는 현장이랄까요. 또 양준모 감독님 역시 열네 명 모든 배우에게 각기 다른 디렉션을 주셨죠. 근데 (임)시완이는 너무 디테일하게 챙기니까 질투가 나더라고요(웃음). 15년 차인데 아직도 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가 봐요. 하하.”
‘원라인’을 찍는 동안 사실 그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촬영 중간 방송됐던 것. 우스갯소리로 “촬영장에서 대우가 달라졌다”던 그는 당시를 “어마어마하게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하지만 너무 들뜨지 않으려 했죠. 까딱하다가는 날아가겠더라고요(웃음). 너무 신나고 행복해서 약에 취한 사람처럼 날 놓쳐버릴 듯했어요. 그래서 계속 마음가짐을 다잡았죠. 특별한 방법이 있진 않았어요. 그냥 변한 사람들을 보며 난 그러진 말자고 다짐했죠. 또 제가 ‘올인’(2003)때 엄청 이슈가 된 적이 있어요. 근데 딱 보름 가더라고요. 처음이었으니까 그땐 적잖은 상처를 받았죠. 하지만 그때가 있었기에 잘 버틸 수 있었어요. 이 인기가 사라지든 유지되든 모든 건 운명이기에 즐겼고 감사했죠. 그리고 아직도 완전히 거품이 빠지지 않아 행복해하는 중이고요.”
배우가 아닌 한 남자로서도 진구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지난 2014년 9월 4살 연하의 여자 친구와 결혼한 그는 이듬해 6월 첫아들을 얻은 데 이어 지난해 11월 둘째 아들까지 얻는 경사를 맞았다.
“하루에 집에 가서 ‘행복하다’는 말을 한 번 이상해요. 특히 어젯밤에는 진짜 많이 했죠. 술도 안 먹고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웃음). 그냥 요즘 뭔가 제 삶이 여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죠. 훨씬 안정적이 됐고요. 게다가 지금 제 주변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저를 지켜주는 든든한 수호 천사들. 와이프와 아이들 포함해서 친구들, 후배들까지, 모두 합하면 서른 명은 되죠. 그들과 하루만 있어도 얼마나 내가 행복한 사람인지 느껴져요. 가끔 자만하거나 방심하면 그들이 나타나죠. 내 보물이고 연기의 자양분이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예요.”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