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평가절하 국가 우회적으로 응징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 가치를 평가절하한 것으로 판단되는 국가에 대해 우회적인 압박에 나설 움직임이다.
취임 첫 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협박을 했다가 한 발 물러선 그가 전면적인 환율전쟁을 피하는 동시에 관련 국가를 응징할 수 있는 묘책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30일(현지시각) CNBC는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 정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부가 통화 가치가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되는 국가에 전통적인 대응책과 다른 형태로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을 포함해 미국의 타깃으로 지목된 국가의 환율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은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를 통한 이른바 조작국 지정이다.
하지만 4월 발표되는 보고서에서 미국 재무부가 중국에 실제로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 것으로 보는 의견은 거의 없다. 기존의 재무부 요건으로는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불가능한 상황. 앞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역시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 고위 관료들이 불만을 드러낸 일본과 독일 등 다른 국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현실적으로 정면 대응이 어려운 데다 취임 전후 으름장과 달리 교역국과 최악의 상황을 원치 않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다.
이 때문에 그가 저울질하는 방안은 재무부뿐 아니라 상무부와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및 국가경제위원회 그리고 미 무역대표부 등을 통한 압박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교역촉진법이다. 이는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린 국가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국가에 대해 연방 정부의 상품 및 서비스 계약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에 투자하려는 미국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역시 제한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통화 가치를 절하해 미국과 교역에서 불공정한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정부에 얼굴을 붉히지 않고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특정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때 보복 행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항공기 수입을 보잉에서 에어버스로 전환하는 한편 보복 관세를 도입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미국 철강 업계가 중국 정부에 대대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등 산업 측면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는 ‘전쟁’을 피하면서 실익을 챙기는 데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코넬 대학의 에스워 프라사드 무역학 교수는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을 차단해 상품 판매와 투자 기회를 가로막는 한편 미국 기업들의 유통 질서를 파괴시킬 것”이라며 “무역전쟁이 발생하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커다란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