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포함 '말 뒤집기' 속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 3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불발되거나 뒤집힌 공약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주요 정책에 대한 말 바꾸기를 통해 거듭 확인되는 양상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뜻이 없다는 그의 발언이 무엇보다 결정적인 사례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 취임 첫 날 중국에 환율조작국이라는 꼬리표를 달 것이라고 큰 소리 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더 이상 이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불과 1주일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환율 조작의 ‘세계적 챔피온’이라며 날을 세운 뒤 전면적으로 입장을 바꾼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말을 뒤집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오바마 행정부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부끄러운 정치 행각이라고 비난하며 재닛 옐런 의장을 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그는 내년 임기 만료를 맞는 옐런 의장을 재임용할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그는 저금리를 선호한다고 밝혀 대선 당시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과 정면으로 대조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투자자들을 열광시켰던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그는 헬스케어 개혁안에 집착하지 않고 세제 개혁안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세금 인하에 힘입어 실물경기 회복이 가속화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최근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헬스케어 개혁안을 우선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세금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을 포함해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적극 지지하는 소위 국경세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오바마 케어 혜택을 제공하는 보험사에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발언은 불과 며칠 사이에 뒤집혔다. 보조금 지급에 대한 언급은 단지 헬스케어 개혁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회유하기 위한 당근이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명이다.
대선 과정에 수출입은행을 폐지하겠다던 발언도 불발됐고, 국경세와 상이한 것으로 보이는 소위 상용 과세의 등장에 대해 투자자와 세법 전문가들이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박한 의사 결정은 측근들의 인적 관계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백악간 막후 실세로 통했던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의 퇴출 조짐은 워싱턴의 뜨거운 감자다.
공약 이행의 불발은 전직 대통령들 사이에서도 없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에 실패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축소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적인 복병들을 스스로 인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떠들썩한 공약의 남발을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 사회 정책 연구소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다”며 “대선 당시 공약과 백악관에서 나오는 얘기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는 크게 상반된다.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는 “약속을 하나씩 지켜나가고 있다”며 “커다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