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직접설득 '정공법'·판세 뒤집을 '연합전선' 동시 추진
홍하이 30조 베팅 의미 없어..."본입찰 가면 상황 달라질 것"
[편집자] 이 기사는 4월 24일 오후 2시19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 뉴스핌=정광연 기자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도시바 경영진을 직접 공략하는 동시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통해 글로벌 협력 대상도 물색, 혼전 양상으로 치닫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는 복안이다.
24일 SK그룹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과 함께 이날 일본으로 출국했다. 도시바 경영진을 직접 만나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전은 혼전 양상이다. 입찰자마다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도시바와 17년째 제휴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WD)이 우선협상권을 주장하고 있다. WD는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및 일본정책투자은행(DBJ)와 협의하는 동시에 애플과의 공동 출자도 논의 중이다.
또 가장 높은 금액(3조엔)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대만 홍하이그룹(홍하이정밀공업)은 미국에 신공장 건설을 추진중으로 알려졌다. 홍하이는 대만‧일본‧미국의 3국 연합을 통해 인수를 노린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도 본격 움직임에 나선 것. 최 회장은 도시바 경영진에 인수 목적과 시너지 등을 직접 설명하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국내 취재진에 "바인딩 전 금액은 큰 의미가 없다”며 “본 게임이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최소 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인수금액을 SK하이닉스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아울러 일본 내에서는 기술 유출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SK가 어떤식으로든 다른 기업(그룹)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열쇠는 박정호 사장이 쥐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 사장은 특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그동안 수차례 관심을 받아왔다.
소프트뱅크는 SK 입장에서 최적의 우군이다. 일본기업이라 기술 유출 이슈를 해결할 수 있고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2950억엔)에 달할 정도로 자금력도 충분하다. 이미 홍하이그룹도 소프트뱅크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소프트뱅크와 연대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카드로는 WD가 꼽힌다. 두 회사 모두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10%대인 시장 점유율이 30%대로 치솟아 미국 및 EU의 반독점 조사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양사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반독점 리스크를 피하고 성장 시너지를 공유하는 일종의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SK그룹 홍보실은 “도시바 인수와 관련해서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최태원 회장의 일본행은 SK하이닉스는 물론, 그룹 및 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