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진중하고 신중하다. 답변은 여러 번 생각 후 최대한 깔끔하고 간결하게. 뭐 하나 허투루 내뱉는 말이 없다. “글로 보는 건 말을 나누는 것과 다르니까 제 생각을 잘 전달하고 싶다”고 하는 순간조차도 조심스럽다. 물론 특유의 러블리함은 기어이 그 틈을 비집고 나온다. “전 제가 엉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근데 다들 엉뚱하지 않아요?” 갸우뚱거리던 그가 이내 보조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만인의 ‘봉블리’ 배우 안재홍(31)이 첫 상업 주연작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허윤미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예리한 추리력의 막무가내 임금 예종(이선균)과 천재적 기억력의 어리바리 신입사관 이서(안재홍)가 한양을 뒤흔든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은 일부러 안 읽었어요. 감독님께서도 ‘임금과 신입사관이 사건을 해결해가고 모험을 겪는다’는 모티브만 가지고 새롭게 창조된 이야기니까 보지 말라고 하셨죠. 다만 이서가 임금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의외였어요. 그리고 이서가 꽃미남이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원작을 보지 않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죠(웃음). ‘아, 감독님은 (원작과는) 다른 걸 원하는구나’ 그랬어요.”
극중 안재홍이 맡은 이서는 깊은 충성심과 사명감,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 무려 장원급제까지 하며 원대한 포부를 안고 궁에 들어오지만, 돌아오는 건 예종의 슈퍼 갑질(?)뿐. 날렵한 머리와 달리 둔한 몸 때문에 매일 구박받기 일쑤다.
“전 이서가 허둥대는 게 진짜 어리바리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고로 총명한 사람이니까요. 똑똑한 사람도 군대 훈련소 처음 가면 어리숙한 느낌이죠. 다만 전작 이미지와 겹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구태여 다르게 보이고 싶진 않았죠. 각자 이야기가 주는 힘이 있잖아요. 이서의 경우에는 성장하는 인물이라 영화 말미 즈음에는 조금 더 우직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죠.”
영화의 백미 이선균과의 앙상블 연기는 함께한 시간 덕이 컸다. 홍상수 감독의 배우와 제자로 만났던 두 사람(홍상수 감독의 제자였던 안재홍은 대학교 재학 시절 이선균 주연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스태프로 동원됐다)은 촬영을 하면서 어느새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가 됐다.
“케미, 앙상블이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전 시간을 보내면서 느껴지는 거로 생각해요. 그 시간이 영화에 녹는 거죠. 물론 선배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제가 상업 영화에서 이렇게 큰 역할은 처음이잖아요. 걱정이 많았죠. 용기 낸다고 내봤지만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근데 선배가 그걸 먼저 알아채시고 이끌어주고 배려해주셨죠. 덕분에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편하고 즐거웠어요.”
차기작은 오는 5월 방송을 앞둔 KBS 2TV 새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다. 현재 촬영이 한창인 이 작품에서 안재홍은 6년이란 세월 동안 여자 친구의 지극정성 뒷바라지로 번듯한 회사원이 된 김주만 역을 맡았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거예요. 오래 사귄, 권태를 느낀 커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듯해요. 좀 더 현실에 발을 딛고 있고요. 물론 이것 역시 다르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그저 그 캐릭터, 감정에 충실하고 있죠. 배우로서 목표요? 그냥 이렇게 매 작품에 충실하고 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다양한 작품에 다양한 모습으로 남게 될 거라 믿죠. 그러고 싶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중이고요. 먼 훗날 이 모든 게 제게 나이테처럼 남아있지 않을까 해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