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진짜’ 공인 아닙니까. 그러니 이번에는 헌신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 곽도원(44)이 시국을 꼭 빼닮은 신작 ‘특별시민’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지난 26일 개봉한 이 영화는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선거전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랑 현실이 이렇게 비슷할 수 있나 싶어요. 정말 현실과 똑같지 않아요? 3년 전에 쓴 시나리오고 대선이 이렇게 앞당겨질지도 몰랐는데 말이죠. 처음 시나리오 읽었을 때는 사실 ‘세다’ 싶기도 했거든요. 근데 어마무시한 일을 저지른 사람이 나타나서 이제 되레 걱정이죠. 우리 영화가 너무 약하다고 할까 봐(웃음).”
극중 곽도원은 변종구의 오른팔 심혁수를 열연했다. 변종구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철저한 전략과 공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 탁월한 선거 공작의 일인자다.
“심혁수는 입법을 하고자 국회의원이 됐어요. 그래서 그럼 무슨 법을 만들고 싶었을까, 무엇 때문에 욕심을 부릴까를 생각하면서 심혁수를 파고들었죠. 더 크게는 ‘왜 정치를 마약이라고 할까’ ‘그런데도 관두는 사람은 왜일까’라는 의문을 품었고요. 해답은 없었죠. 다만 그 느낌은 알겠더라고요. ‘알리바바와 40명의 도둑’ 보면 낡은 램프 찾으러 가는 길에 금은보화를 보잖아요. 그걸 건들면 안 되는 걸 알면서 흔들려요. 마찬가지죠. 달라진 대우 등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니까. 잘못 쓰는 거죠.”
역할이 역할인 만큼 변종구, 최민식과의 연기 호흡이 중요했다. 앞서 지난 2011일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두 번째 만남. 자타공인 최고의 연기파 선배지만, 그 탓(?)에 여러 번 한계에 부딪혔다.
“전 받기만 하면 되니까 처음엔 안심됐죠. 형님과 눈빛, 말만 주고받아도 연기가 흘러가잖아요. 다만 제가 형님의 에너지를 다 감당할 깜냥이 안돼서 힘들었죠. 아차 싶을 순간이 많았어요. 특히 일상에서는 보지 못했던 형님 눈빛하고 표정을 보면서 벽을 많이 느꼈죠. 당황스럽더라고요. 내가 받아쳐야 하는데 부족하니까 못하는 거예요. 물론 ‘범죄와의 전쟁’ 때보다는 덜 떨렸는데 진짜 형님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구나, 산 넘어 산이구나 싶었죠(웃음). 엄살이 아니라 건방 떨면 안되겠다, 더 해야겠다 다짐했어요. 그렇게 또 숙제가 생긴 거죠.”
그에게 숙제를 주는 선배들, 그렇기에 꼭 다시 하고 싶은 선배들을 꼽아달라고 했다. 당연히 최민식은 제외한다는 전제하에. 대답에 망설임은 없었다. 곧바로 ‘베를린’(2012)을 함께한 한석규와 ‘변호인’(2013)에 출연한 송강호를 꼽았다. 이들과 함께라면 곽도원은 또 기꺼이 숙제를 받고 열심히 숙제할 준비가 돼 있었다.
“연기하면서 생기는 숙제는 끝이 없어요. 근데 또 그걸 연기로 풀어야죠. 왜 ‘드래곤볼’ 보면 센 적을 만날수록 파워가 커지잖아요. 똑같죠. 그러니 좋은 선배들과 하면 영광인 거고요. 배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니까. 숙제를 받고 그걸 또 풀고 또 숙제를 받고. 다만 바람이 있다면 벽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거죠. 근데 연기는 하려면 정말 한정 없어요. 난 언제나 잘할 수 있을지…. 어휴, 될런가 모르겠다(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