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검색했는데 저보다 한참 형님이었어요. 근데 그 양반들은 아재라고 안 그러잖아요. 우리는 생각보다 배우 연령대가 낮아요! 그러니까 아재 영화 말고 ‘기장 어벤저스’라고 해주세요(웃음).”
배우 이성민(49)이 기장 어벤저스 ‘보안관’으로 극장가를 찾았다. 지난 3일 개봉한 이 영화는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를 홀로 마약 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로컬 수사극이다.
“건강한 웃음을 주는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MSG가 별로 없죠. 그렇다고 또 완전한 코미디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드라마 안에서 묻어나오는 정서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 번은 게릴라 무대 인사를 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웃어서 당황했죠(웃음). 동네 평범한 아저씨들이라는 게 더 재밌나 봐요. 마치 만화책을 보면서 낄낄거리는 느낌이랄까요.”
극중 이성민이 맡은 역할은 전직 형사 현직 기장 보안관 대호다. 대호는 오지랖 넓은 기장 토박이. 생업인 고깃집은 뒷전이고 동네 반백수 남자들과 동네 대소사를 관장하며 기장의 평화(?)를 지키는 인물이다.
“그동안 진중하고 신뢰를 주는 캐릭터를 많이 했다면 대호는 온통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앞뒤 계산 안 하는 인물이죠. 나를 놔버리는 거 같은 거 같아서 편했어요.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촬영 없는 날에도 편하게 쉴 수 있었어요. 배우들끼리도 늘 즐거웠고요. 아무래도 분위기는 영화 성격을 따라가다 보니까 쉬는 날에는 아주 난리가 났다니까요(웃음).”
이성민의 말대로 ‘보안관’ 촬영 현장은 늘 웃음이 넘쳤다. 장난기 가득하고 술 좋아하는(물론 이성민은 제외다) 경상도 남자들이 모였으니 말할 것도 없다. 촬영 당시를 회상하는 순간에도 이성민의 입가에는 연신 미소가 번졌다.
“저는 제가 세상에 제가 제일 착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웃음). 애들이 하나같이 순박하고 착해요. 그래서 워낙 재밌게 잘 지냈죠. 촬영 있든 없든 늘 현장에 같이 있었어요. 물론 제가 막 못 가게 붙들어 놨죠. 옛날에 영화 찍으면 (송)강호 형님이 그렇게 못 가게 했는데 그때 형 마음을 알겠더라고요(웃음). 애들이 다 너무 예쁘고 좋았어요.”
이성민은 이후로도 후배들 칭찬을 끊임없이 늘어놓았지만, 사실 편안한 현장 분위기는 그가 있기에 가능했다. 일례로 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숙소 냉장고에 술을 채워놓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에 실제로도 보안관의 기질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전혀 그런 성향은 아니에요. 굉장히 친하면 가끔 그런 기질이 나올 뿐이죠. 전 지금도 인터뷰하다가 ‘점심 뭐 드실래요?’라고 물으면 저한테 묻지 말라고 해요. 하하. 동네 보안관은 제 아버지셨죠. 집에는 못하면서(웃음) 남의 일은 목숨 걸고 끝까지 해주셨거든요. 정말 대호랑 비슷하셨어요. 그게 싫어서 더 반대 성향이 된 걸 수도 있죠(웃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흥행에 관한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보안관’은 ‘로봇소리’(2016)에 이은 이성민의 두 번째 주연작. ‘로봇소리’가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낸 터라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건 기로에 있는, 중요한 포인트에 있는 작품라고 생각하죠. 물론 배우들이 주연해서 다 성공하는 경우는 없어요. 사실 진짜 지존들(웃음) 몇 명 빼고는 거의 실패해요. 그래도 이번이 두 번째인데 잘 됐으면 하는 기대가 크죠. 또 이것이 잘돼야 배우로서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그래도 좋은 배우들이 함께 있어 줘서 든든합니다(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