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공상과학 수준되려면 갈 길 멀어"
"로봇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간 괴리감 있어"
"로봇공학자는 과학의 툴과 수학이라는 언어로 사회문제 해결하는 히어로"
[뉴스핌=김나래 심지혜 기자] "로봇의 인공지능(AI)화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향후 로봇이 대체되는 과정에서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을 것이다."
세계적인 로봇전문가 데니스 홍(홍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의 현재 로봇 산업에 대한 평가다.
로봇연구소 로멜라(RoMeLa)의 창립자인 홍 교수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해 2009년 ‘파퓰러 사이언스’가 선정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선정됐다. 또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찰리 로봇’,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 화재진압 및 재난구조용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항상 로봇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고 있다.
홍 교수는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 등을 타파하기 위해 엔지니어링과 과학의 만남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한국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 달에 두 번은 한국을 찾는다. 로봇공학자로서, 교육자로서 바쁜 삶을 보내고 있는 홍 교수를 만났다.
데니스홍 박사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AI로봇 여전히 갈 길 멀어…괴리가 큰 듯
홍 교수는 AI를 탑재한 로봇 시대에 대해 기대치와 현실 간의 괴리가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로봇에 대한 환상으로 기대치가 높지만 로봇은 걷는 것도 아직 어렵다"며 "공상과학에 나오는 수준으로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AI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로봇은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로봇의 기계적인 측면이 발전하기 어려운 것은 물리적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
이에 AI와 로봇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구했다. 홍 교수는 "AI와 로봇 등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정부 정책과 사업도 모두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적인 예로 재난구조 로봇을 들었다. 자연재해 등 재난에서 사람을 구할 로봇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 일단 물리적 이유로 활동조차 자유롭지 못해 휴머노이드가 아닌 다른 방식을 연구 중이다.
기대치와 현실 간 갭을 줄이기 위해 홍 교수가 택한 방식은 실패 사례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판교에서 열릴 택배로봇 개발 시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무인자동차에서 택배 상자를 로봇이 배달하는 과정을 시연하지만 여전히 중간 과정의 연결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역시 인공지능이 아닌 무선조종을 통해 택배 과정을 보여주는 데 그쳐,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측면이 크다.”
이 때문에 AI로봇 시대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것. 그는 "경제학자나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과장된 측면도 많다"며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혁명이 아닌 ICT(정보통신기술)의 연장선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로봇 산업의 발전은 일자리 시프트(Shift)의 개념 될 것
로봇 산업 발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홍 교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손목시계가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다"며 "로봇이 모든 일자리를 가져갈 것처럼 얘기들 하지만, 미래에서 뒤돌아보면 '옛날 사람들이 이렇게 비인간적이었구나' 하는 직업들, 주로 3D 업종이 로봇의 몫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로봇이 일자리를 차지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로봇이 직업을 가져가는 만큼 새로운 직업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오래전 자동차가 출현하면서 주유소, 정비공, 보험, 세일즈맨 등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겼다"며 "로봇 산업이 활성화되면 관련 직업들이 다수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니스홍 박사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국내 로봇기술 여전히 정체…현실적으로 해결할 부분 많아
한국의 로봇 기술에 대해 묻자 홍 교수는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 국내 개발 로봇 중에 다른 데서 보지 못한 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 펀딩 문제뿐 아니라 당장 돈이 되는 결과를 내야 하는 조급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정부가 원천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다 보니 바닥부터 탄탄하게 쌓여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천적인 문제로 교육 문제를 들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로봇 개발자의 윤리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 해군에서 화재진압용 로봇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화재진압용 로봇이 소화기 대신 총을 겨냥할 수 있고 투척형 소화기 대신 수류탄을 던질 수 있다는 도덕적 문제를 놓고 깊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사용자의 윤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망치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원래의 의도가 아닌 다른 의도로 방향이 결정되면 사용자의 윤리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가 한 달에 두어 번 한국을 찾는 이유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엔지니어로서 롤모델이 되기 위해서다. 그는 "엔지니어는 과학이라는 툴과 수학이라는 언어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슈퍼히어로다. 로봇공학자는 사회와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신념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