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이번에도 '낭만'은 통했다. tvN ‘윤식당’은 시청자들의 로망을 선사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종영을 바라보고 있다. 환상의 섬 길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해변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가 그려진 ‘윤식당’은 시청자의 취향을 저격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은 커녕, 업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그저 꿈 같은 이야기지만, 이를 ‘윤식당’이 대신 해내며 시청자들에 로망을 실현시켜줬다.
‘윤식당’ 종영을 앞두고 이진주PD와 마주했다. 나영석PD와 ‘윤식당’을 공동 연출한 이진주PD는 앞서 ‘꽃보다 청춘 in 아프리카’와 ‘삼시세끼 어촌편2’ 등 줄곧 고생스러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번 ‘윤식당’에서는 갑작스럽게 1호점을 철거해야하는 위기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이야기가 극적으로 그려지며 3회 만에 시청률 11%를 돌파했다. 빠른 기세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윤식당’의 인기는 이진주PD도 예상 못했다. 사실 편집실에 줄곧 있다 보니 인기를 제대로 체감하기도 힘들었다.
“수치를 보면 꽤 잘 나오더라고요. 카페라도 가면 사람들이 ‘윤식당’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어느 정도로 재미를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좀처럼 그런 기회도 없었고요. 댓글이 달리는 속도나 개수로 알 수 있었어요. ‘몰입이 저절로 되더라’는 시청자의 반응이 연출자로서 굉장히 뿌듯했어요.”
애초 ‘윤식당’의 기획의도 역시 낯선 환경에서 살아보기, 그리고 현대인들의 로망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이는 시청자에 제대로 통했다. 이진주PD는 시청자의 로망을 실현시켜줄만한 장면으로 자전거 타는 모습을 꼽았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이 가장 예쁘길 바랐어요. 이서진, 정유미 씨가 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죠.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또 여행 중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그림이 됐죠. 바다에서 수영하거나 패들을 타거나, 낯선 여행지에서 모두가 모여 요가를 하는 모습도 꽤 인상적이었고요. 출연자의 모습이 아니어도 여행객들의 여유로운 일상을 중간중간 넣으니 그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더라고요.”
‘윤식당’에서 이서진과 정유미는 ‘남매 케미’로 눈길을 끌었다. 예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최근 예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은 싱글 남녀의 등장이 곧바로 ‘러브라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윤식당’은 달랐다. 이진주PD는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서진과 정유미 <사진=tvN '윤식당' 캡처> |
“두 사람이 편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어요. 이서진 씨가 정유미 씨를 굉장히 잘 챙겼죠. 식당 이야기가 주라 방송에 많이 실리진 못했는데 이서진 씨가 퇴근길에 고생한 정유미 씨에 치킨을 사주기도 하고, 긴장도 풀어주고 힐링 타임도 줬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서진 씨가 정유미 씨를 여자로 보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저희는 보이는 대로 두 사람의 모습을 담았고 본 모습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윤식당’의 회차마다 등장한 장면은 레스토랑 안에 설치된 카메라를 찾는 손님들이다. 이들은 “여기도 카메라가 있다”며 신기해했다.
프로그램에 사용된 카메라는 몇 대일까. 한 테이블에서 보이는 카메라는 약 7개 정도. 테이블이 4개 정도가 되니 식당 내에만 30여개가 설치됐다. 윤식당 내부와 숙소, 자전거 거치용 등 프로그램을 위해 설치된 카메라는 약 75대 정도. 이 많은 카메라에 녹화된 분을 편집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진주PD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많은 카메라를 사용한다. 그래서 이런 시스템은 익숙하다”며 웃었다.
“저희가 직접 들어가서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출연자들의 행동을 잘 캐치하려면 사각지대가 없도록 카메라를 다 설치해야 해요. 총 카메라가 75대 정도 됐고요. 저희가 편집할 때 동시로 볼 수 있는 모니터가 16대가 전부예요. 실제로는 그 배 이상의 카메라가 돌아가기 때문에 편집할 때 수월하진 않죠. 그렇지만 이런 시스템에 적응이 돼서 리얼버라이어티를 하는 제작진이라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다 있을 거예요.”
‘윤식당’을 찾은 외국인들의 국적은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독일 등 다양했다. 하지만 그중 한국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다른 레스토랑을 찾은 날 한국인들을 만났고, 이때 정유미가 ‘윤식당’ 홍보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음날 한국으로 가야 했던 이들은 ‘윤식당’과의 인연은 없었다.
“장사가 정말 안된 날이 있었어요. 그래서 힘을 내보자고 외식을 했어요. 그 레스토랑에 마침 한국인 가족이 있었고 정유미 씨는 반가운 마음에 ‘내일 꼭 오라’고 부탁했어요. 아쉽게도 다음날 떠나야 해서 우리와 연은 닿지 못했지만요. 또 신구 선생님과 사진 찍는 한국인들도 있었고요. 아마 ‘윤식당’을 찾은 한국인의 에피소드는 8회에서 그려질 거예요. 한국인 한 분과 다국적 친구들이 방문한 이야기에요. 그분이 ‘윤식당’을 찾은 유일한 한국인입니다.”
‘윤식당’은 오는 19일 감독판을 끝으로 종영한다. 이진주PD는 ‘윤식당’에 대해 “기념적인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뜨겁게 환호해준 시청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한 선배 나영석PD에 대한 고마움도 덧붙였다.
“‘윤식당’,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을 또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오래 기억에 남을 프로그램이에요.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잘 됐고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셨고요. 저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즐거웠어요. 그 그림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함께 연출한 나영석PD는 제가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선배는 입사 초반에 뭘 할 수 있을지 몰랐던 저에게 정체성을 일깨워준 분이에요. 앞으로도 나영석PD와 계속해서 작품을 또 해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뉴스핌 Newspim] 글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