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2> 인공지능 시대 개화…주도권 확보 경쟁
[뉴스핌=최유리 기자] 생활가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수장이 올해 양보없는 '두뇌 싸움'을 벌였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이 인공지능(AI) 가전으로 맞붙으면서다. 각각 자체 기술과 글로벌 동맹을 무기 삼아 AI 가전 주도권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 "AI 가전 원년"…삼성·LG 시장 선점 경쟁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사진=각 사> |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를 AI 가전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지난 1월 에어컨 신제품을 시작으로 AI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후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으로 적용 영역을 넓혔다.
AI 가전은 소비자의 사용 습관과 생활 환경을 학습해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해 목소리로 가전을 제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AI 냉장고가 주방의 비서처럼 식재료 상태를 관리하고 요리 레시피를 읽어주는 식이다.
AI는 향후 가전시장을 가를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하드웨어에서 차별점이 없어진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선 이용자 데이터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한 선점 전략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AI와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해 스마트홈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가전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2012년부터 7년째 CE부문을 이끌면서 1등 왕좌를 유지하려는 윤부근 사장과 올해 첫 H&A사업본부 수장을 맡아 가전 1위 달성을 목표로 한 송대현 사장이 AI 가전에 사활을 건 이유이기도 하다.
윤 사장은 올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 가전 사업의 최대 화두로 '연결성'을 꼽으며 AI, IoT, 빅데이터, 로보틱스를 경쟁력으로 지목했다. 송 사장 역시 "올해 전 제품에 와이파이를 내장하는 등 AI 가전 시대를 열겠다"며 "소비자를 이해하는 가전을 지속 출시해 시장을 지속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체 기술 '빅스비' vs 글로벌 동맹군 확대
왼쪽부터 빅스비 적용 삼성전자 패밀리 허브 2.0과 LG전자 딥씽큐 적용 가전 <사진=각 사> |
AI 가전 시장을 선점하려는 양사는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선제적인 투자로 확보한 자체 기술을, LG전자는 글로벌 동맹군 확대를 승부수로 띄웠다.
삼성전자의 무기는 '빅스비'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AI 플랫폼 개발사 '비브랩스'와 개발한 AI 서비스다. 상반기 '패밀리허브 2.0 냉장고'에 처음으로 탑재된 빅스비는 2020년까지 삼성전자 모든 가전에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어 지원을 포함한 서비스 개발에 제약이 있는 협업 대신 자체 기술로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빅스비를 중심으로 가전과 모바일, 커넥티드카의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빅스비가 적용된 '갤럭시S8'과 패밀리허브 2.0 냉장고를 연동해 스마트폰 앱을 가전으로도 사용하는 식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업체 하만을 통해 커넥티트카까지 빅스비 생태계가 확대될 경우 차 안에서 가전을 제어할 수도 있다.
반면 LG전자는 글로벌 협업을 내세웠다. 아마존, 구글 등과 협력해 개방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에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 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말 한마디로 집안의 모든 가전을 제어하고, 구글 홈을 통해 가전이 파악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앞서 LG전자는 CES 2017에서 아마존 AI 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한 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AI 기기를 갖고 있어도 LG 가전과 연동이 가능하다. 그 만큼 확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송 사장도 "LG만의 차별화된 스마트홈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통한 자체 기술과 글로벌 협업 등으로 AI 가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