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달러 넘었던 물량 6조5000억달러로 축소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른바 ‘출구 전략’을 저울질하면서 서브 제로 채권 규모가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이 급감한 데 따라 통화정책 시스템의 붕괴 리스크가 일단락됐지만 시장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12일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전세계 채권시장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 규모가 6조5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서브제로 채권 규모 <출처=블룸버그> |
이는 지난해 6월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직후 기록한 최고치인 12조달러에서 약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에서 서브 제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18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이 최근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과 함께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부양책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에 스왑 트레이더들은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92%로 점치고 있다. 이는 지난달 5%에서 수직 상승한 결과다.
지난해 7월 마이너스 0.187%까지 밀렸던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최근 0.5% 선까지 오르는 등 선진국 국채 수익률이 뚜렷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자산 매입에 나섰던 선진국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총 14조달러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대차대조표가 몸집을 축소할 시점에 이르자 자본 차익을 노리고 마이너스 수익률에 채권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완만한 성장 회복도 서브 제로 채권의 투자 매력을 크게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시장의 질서를 흔들어 놓았던 채권시장의 전례 없는 상황이 진정됐지만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이 이탈리아와 독일 채권시장을 합친 규모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기간 프리미엄이 0%를 밑도는 상황도 투자자들이 안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편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카드를 꺼내 들자 금융시장의 충격을 우려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주식과 채권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지만 2009년 이후 자산시장을 지탱했던 버팀목이 제거되는 과정에 잠재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금리가 인플레이션과 흡사한 속도로 오르고 있고, 정책자들의 긴축 폭이 이를 근간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