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자동차 기업 주가상승율 1위
2010년 볼보 인수 이어 올해만 M&A 3건 성사
[뉴스핌=백진규 기자] 해외 M&A를 주도한 중국 지리자동차 주가가 올 들어 150% 넘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영국, 말레이시아 자동차기업을 인수한 지리자동차는 연간 판매 목표치까지 상향조정하며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리자동차는 올해에만 3건의 해외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5월엔 말레이시아의 자동차 업체 프로톤의 지분 49.9%를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한 프로톤의 자회사인 영국 스포츠카회사 로터스 지분 51%도 함께 인수한다.
이어 7월엔 미국 자동차 벤처기업 테라푸지아(Terrafugia)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테라푸지아는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 업체 중 가장 완성도 있는 기술력을 자랑한다.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플라잉카 연구개발 부문은 미국에 두고, 공장은 중국에 지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연이은 M&A발표와 함께 지리자동차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지리자동차 주가는 올 들어 153%나 오른 18.54 홍콩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자동차(上汽集團) 42%, 비야디(BYD, 比亚迪) 24%의 상승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 지리자동차의 지난 1년 주가상승율은 무려 281%로, 세계 자동차회사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지난 1년간 지리자동차 주가 추이 <자료=텐센트증권> |
◆ 자동차 산업 둔화? 업계 성장율 1위 지리자동차
지난 2016년 중국이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시장도 점차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중국 자동차기업 성장율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1082만대로, 전년비 0.2%성장에 그쳤다.
반면 중국 지리자동차의 상반기 판매대수는 전년비 87% 늘어난 53만대를 기록했다. 이에 지리자동차는 2017년 목표 판매대수를 기존 100만대에서 110만대로 높였다.
전문가들은 지리자동차의 성공비결로 빠른 신제품 출시를 통한 시장변화 대응과 신기술 투자를 꼽았다. 먼저 지난해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출시한 보급형 승용차 디하오(帝豪)와 SUV 브랜드 보웨GL(博越GL)은 각각 상반기 판매량 12만1500대와 5만800대를 기록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지리자동차는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제한적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중국에선 지리자동차와 바이두(百度)의 무인자동차 개발 경쟁을 비교하곤 한다.
지난 5월 상반기 기업발표회에서 지리자동차는 종합주행기술 ‘iNTEC’을 발표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안전, 스마트주행, 커넥티드카 등의 기능을 종합한 것으로 지리동차의 기술력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지리자동차는 볼보와 합작사인 CEVT의 통합 브랜드 링크앤코(Lynk&Co)의 하반기 사업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링크앤코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수출용 독자브랜드로 저비용 고사향을 추구할 계획이다. 앞으로 지리홀딩스 산하 자회사인 볼보와 CEVT의 자율주행 개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리자동차는 지리자동차, 볼보, CEVT를 합하면 2020년까지 연 매출 280만대 달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 자율주행·신에너지차 개발 앞장, 실적 향상 기대
지리자동차 디하오GL 사진 <자료=바이두> |
지리자동차는 지난 2010년 18억달러에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 전까지 지리자동차는 중국 내에서도 중저가 브랜드로 통했으나, 리수푸(李書福) 지리홀딩스 회장은 강력한 볼보 인수 전문팀을 구성해 볼보 인수를 밀어붙였다.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인 리수푸 회장은 1986년 냉장고 부품업체 지리창업을 세워 회사를 키운 뒤 1997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 처음으로 자동차를 해외에 수출한 리수푸 회장은 중국 국산 브랜드로만 안주해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고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지리자동차는 2009년 호주 DIS를, 2013년엔 영국 택시 제조사 MBH 지분을 투자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6년 말 지리자동차는 사우디아라비아 쿠바 수단 등 국가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국 자동차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8일 지리자동차는 오는 2020년까지 중국 시안에 신에너지차 제조기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신에너지차 제조와 함께 부품생산 물류설비 기지를 함께 설립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정책도 지원할 방침이다.
거침없는 M&A와 투자, 실적 확장에 중국 증권투자업계도 지리자동차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미 지난 1년간 주가가 280%나 올랐으나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민생증권은 “지리자동차 상반기 매출목표를 초과 달성하면서 연 판매목표롤 상향 조정했으며, 3분기 실적은 더욱 양호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 국내 해외 사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