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대담집서 "담뱃값 인상은 서민경제에 횡포"
담배세수 연 12조·공약실현에 필요한 재원은 연 35조…'포기 쉽지 않아'
담배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담뱃값 인하를 놓고 문재인 정부의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고 있다. 담뱃값 인하는 서민 감세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하나, 현실적으로 공약 실현을 위한 '엔진'인 세수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6일 "담뱃값을 인하하기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증세에 대한 역공성 법안으로 담뱃값 인하 카드를 내민 것이다.
그간 민심을 얻지 못하던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아픈 부분'인 담뱃값 인하를 건드리며 유리한 위치를 점한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는 야당의 담뱃값 인하안에 적극적으로 반대 논리를 펼칠 명분이 부족하다. 문 대통령은 이미 후보시절 담뱃값 인하가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한 간접세 인하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담뱃값을)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횡포"라며 "담뱃값은 물론 서민에 부담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를 적절히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담뱃값 인하 문제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규모는 향후 5년간 178조원으로 공식 추산됐다. 매년 약 36조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급증한 담배 세수는 문 정부 입장에서 포기하기 쉽지 않은 규모다. 담배세수는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6조9905억원에서 인상 후인 2015년 10조5181억원으로 50.46%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2조3761억원에 달했다. 전체 세수의 4%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담뱃값 인하에 모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복지부 측은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전체 흡연율 하락 효과는 예상보다 적었으나 청소년의 흡연 억제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학교 청소년(중1~고3)의 흡연율은 9.6%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10% 이하로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