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뮤지컬 '서른 즈음에'가 지금 잘 살고 있느냐고, 묵묵히 질문을 던진다. 서른 즈음의 과거로, 청년 시절로 돌아간 중년의 나는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오는 12월 2일까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주크박스 뮤지컬 '서른 즈음에'가 공연 중이다. 탄탄한 실력과 훤칠한 비주얼로 많은 여성팬들을 거느린 백형훈, 이정열, 유주혜, 정예지, 최석진 등 구멍없는 캐스트들이 지난 2일 공연을 이끌었다.
◆ 감성 충만 넘버의 힘, 깊은 보컬로 완성되는 '서른 즈음에'
'서른 즈음에'를 반드시 봐야 할 이유를 꼽는다면 첫째도 넘버, 둘째도 넘버다. 강승원 작곡가의 대표곡들이 이 가을 극장을 찾은 이들의 쓸쓸한 마음을 달래준다. 유난히 가창에 특화된 캐스트들의 깔끔한 넘버 소화력을 들어, 그야말로 '귀호강' 뮤지컬이라고 할 만 하다.
'팬텀싱어'로 익숙한 얼굴, 현식 역의 백형훈은 등장부터 훈훈한 비주얼로 호감을 단숨에 사는데다 입만 열면 달콤하기 그지 없는 음색으로 여심을 녹여낸다. 90년대 대학생 훈남 선배 이미지가 이국적인 외모와도 썩 잘 어울리고, 우월한 신체 조건은 그의 춤을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마저 들게 한다. 백형훈은 지금의 중년이 이상적으로 생각할 만한 '서른 즈음에' 젊은 청춘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냈다.
옥희 역의 유주혜는 놀라울 만큼 안정적으로 '서른 즈음에'의 양대 축을 담당한다. 역시나 맑고 고운 음색, 탄탄한 보컬로 객석을 휘어잡는 것은 물론, 젊은 현식과 함께 작품을 힘 있게 이끌어간다. 극 속에서도, 객석에서도 누구나 옥희의 사랑에 공감하고, 그를 응원하게 한다. 그 힘은 유주혜의 깊은 내면 연기와 오버스러운 리액션 속 담아낸 진심에서 나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 무리없이 결말로 이끌기는 숙제…아쉬운 설정과 개연성·이음새
'서른 즈음에'의 초반을 담당하는 중년 현식 역의 이정열은 우리네 삶을 누구보다 현실감 있게 표현한다. 하지만 그가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과정에 부여된 설정은 잠시 감흥을 깨뜨린다. 디지털 월드에서 현식과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사는 애드립과 위트로 찰나의 웃음을 주지만 그것만이 이 장면의 유일한 수확이다.
현재와 다른 삶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하려던 청년 현식. 우여곡절 끝에 그가 선택한 삶은 결국은 현재가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다소 뻔한 메시지를 전한다. 결말로 향하기 위해 설정된 장치들은 불시에 찾아든 불행, 우연히 만난 행운들로, 클리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 덕에 마지막 메시지가 주는 울림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현식이 젊은 시절 지은 노래로 갑작스레 저작권 부자(?)가 되는 것이 가장 그렇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주)파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