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진다 VS 저가 매수 기회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정크본드부터 원자재, 주식까지 위험자산이 일제히 내림세다.
하이일드 본드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소위 ‘전염’을 둘러싼 우려가 번진 가운데 유가를 포함한 상품과 주식으로 매도 공세가 확산되는 움직임이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사진=블룸버그> |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지연에 관한 우려와 중국 경제 지표가 상품과 관련 섹터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에 하락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식 밸류에이션과 정크본드의 스프레드를 감안할 때 일정 부분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투기등급 채권을 필두로 위험자산이 최근 수년간 경험하지 않았던 추세적인 하락장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경고가 없지 않다.
15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11월 들어 미국 정크본드 시장이 1.1%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하락에 해당한다.
1조3000억달러 규모의 투기등급 채권시장의 향방은 대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방향타로 통하기 때문에 월가의 관심이 집중됐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경우 투자 심리가 더욱 냉각,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먼 리비안 프리드슨 어드바이저스의 마티 프리드슨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소위 곰(약세론자)들이 바닥권으로 떨어진 정크본드의 스프레드를 겨냥하고 있다”며 “하이일드 본드가 상당히 고평가된 상태이며, 거품을 빼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크본드의 ‘팔자’가 본격화된 시점에 상품과 주식시장이 동반 하락하고 있지만 배경은 다소 상이하다.
미국 셰일 업계의 공급 확대 우려가 국제 유가에 하락 압박을 가한 가운데 중국 거시경제 지표 부진이 성장 둔화 우려를 부추겨 구리를 포함한 상품시장 전반에 하락 압박을 가했다.
이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맞물려 원자재 섹터를 중심으로 미국과 주요국 주식시장에 매도 빌미를 제공하는 상황이다.
원유 <사진=블룸버그> |
연초 이후 수십 차례 사상 최고치 랠리를 펼쳤던 뉴욕증시가 3일 연속 하락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전날 2% 가까이 떨어진 데 이어 이날 1% 이내로 하락했다.
위험자산이 수년간 최고치에 오른 만큼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등장하지 않을 경우 당분간 약세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스티븐 샤바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상품과 주식을 끌어올릴 새로운 촉매제가 나타나지 않고서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일드 본드와 주식시장의 최근 하락이 기업의 과도한 레버리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앤드류 랩톤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최근 몇 주 동안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의 상대적인 주가 부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며 “레버리지가 주가 차별화의 주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국 증시 가운데 부채 비율이 낮은 지역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금리 상승도 위험자산의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상품 가격 약세와 무관하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대가 상승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투자 보고서에서 “글로벌 성장 둔화와 금리 상승이 정크본드를 필두로 위험자산에 도미노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하락이 투자 기회라는 의견도 나왔다. 건강한 조정을 거친 뒤 위험자산이 상승세를 재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낙관론자들은 일부 선진국에 그친 과거 성장과 달리 올들어 글로벌 전반에 걸친 경제 성장이 뚜렷하고, 이를 근간으로 한 기업 수익성 향상이 주식을 포함한 자산시장의 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