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사례: 3210억달러 유입, 달러화지수 13% 상승
연초 달러화 강세 전망, 연말까진 다시 약세 예상 우세
[뉴스핌=이영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제개편이 내년 초반 달러화 강세를 초래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는 기업들이 역외에 쌓아놓은 자금 4000억달러가 쓰나미처럼 미국으로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란 전망이 근거인데, 지난 2004년 사례가 비교된다.
25일(현지시간)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세제개편으로 기업들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 4000억달러(약 432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보도에 따르면, 세제개편 이전에는 기업들이 미국으로 해외 소득을 송금하면 최고 35%의 세율로 송환세를 내야 했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그간 미뤄놓은 자금을 미국으로 가져올 경우 부동산 등에 대해서는 8.0%로, 현금과 주식 등 유동성 자산은 15.5%로 그 부담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 내년 1분기 유로/달러, 1.10까지 하락 - BAML
지난 2004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이번 세제개편과 유사하게 송환세 혜택을 주면서 그 다음 해 기업들이 미국으로 송금한 규모는 3120억 달러에 달했다. 주요 1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WSJ 달러화지수도 2005년에 13% 가까이 상승했다.
세제개편법률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내년에 미국으로 송환될 자금이 2000억~4000억달러에 달하며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지난 22일의 약 1.1862달러에서 내년 1분기 1.10달러 선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델텍인터내셔널그룹 최고투자책임자 아툴 렐레는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하면서 달러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트럼프 세제개편은 미국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해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강세의 또다른 요인도 지목한 것이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 달러, 연초 반짝 뒤 연말까진 약세 - 컨센서스
내년 초 달러화 강세를 예상한 월가 주요 은행 중 RBC를 제외한 대부분은 내년 연말에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블룸버그> |
올해도 연초에는 트럼프 정부의 재정적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인프라 지출 등 주요 정책이 지연되면서 WSJ달러화지수가 결국 전년보다 7% 가까이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유로존 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책을 축소한 끝에 결국 금리를 올릴 수 있다. 이 경우 투자다변화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유로화 자산 매입에 나서게 된다. 이미 올 들어 지금까지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13% 가까이 올랐다.
JP모간자산운용의 해외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 닉 가트사이드는 "달러화가 내년 초 강세를 보이겠지만, 그 이후에는 유로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2018년 말에 유로-달러 환율이 최대 1.30달러 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