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예외 두번째…"남남갈등 유발할수도"
美 전문가 "만경봉호 입항은 북한의 승리"
조 위원 "北 국제사회로 끌어내려 속아주는 것"
[뉴스핌=노민호 기자] 정부가 북한 예술단의 방남과 체류에 이용될 '만경봉 92호'에 5.24조치 예외를 적용하면서 대북제재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하더라도 향후 대북제재의 실효성이 훼손될 수 있어 정부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미국, 일본 등 대북제재를 강화 또는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들과 갈등 봉합도 과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6일 외교가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등에 반발, 탄도미사일 도발 등을 지속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공조를 견인하는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원과 지원인력 등을 태운 만경봉-92호가 6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대북제재 예외 두번째 사례…"남남갈등 유발 가능성"
통일부에 따르면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 등이 탑승한 만경봉 92호는 6일 오전 9시 50분쯤 해상경계선을 통과해 오후 5시쯤 동해 묵호항에 도착했다. 북한 예술단은 만경봉 92호를 숙소로도 사용한다.
만경봉 92호의 국내 입항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이후 북한 선박의 국내 입항을 전면 금지한 5.24 조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북한은 애초 경의선 육로로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변경, 만경봉 92호에 예술단을 태워 내려보내겠다고 지난 4일 통보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우리 정부에 어려운 문제를 던진 것"이라면서 "다만 정부는 유엔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5.24 조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면서 "이 때문에 남남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 예외 사례는 이번이 두번째를 기록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북한 마식령스키장 남북공동훈련을 위한 항공편 사용으로, 대북제재 예외를 미국 측에 요청한 바 있다.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등 예술단원 114명과 지원인력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연안여객선터미널으로 입항하고 있는 가운데 한 승객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
◆ 美 전문가 "만경봉호 입항, 北승리" vs 대북 전문가 "국제사회 공조와는 별개"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만경봉 92호를 한국 항구에 입항시키는 것은 북한의 '승리'이고 5.24 조치를 위반하는 선례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고스 국장은 이어 "한국의 대북독자 제재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더 나아가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의 5.24 조치 예외 결정은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특수성 때문일 뿐 지나친 해석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5.24 조치 예외 결정은 북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와는 별개 사안"이라면서 "5.24 조치를 해제했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공조 균열 우려'와 관련, "긴밀하게 한·미 간 공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주권적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협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에서 협상이라는 것은 바둑과 같다, 서로 상대방의 수를 다 보고 하는 것이고 결국 바둑수가 센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의도를 모르고 속는 게 아니다. (비핵화를 위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1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북한 노동신문> |
◆ '평창' 이후가 문제…"北 태도에 달렸다"
정부의 5.24 조치 예외 결정과 같은 유예 판단이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잠시 유예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외교는 상호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더 잘한다면 이번과 같은 예외를 더 늘려도 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다만 모든 것은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올림픽 이후 비핵화 얘기를 본격적으로 꺼내야 할 것"이라면서 "암이라는 큰 병에 걸렸는데 감기만 고쳐서는 소용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