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키즈, 친이계 정치인으로 함께 성장
“15대 국회에서 야권생활하며 험한 길 걸어"
6.13지방선거 앞두고 보수진영 통합 가속화
[뉴스핌=이지현 기자]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재오 전 의원이 다시 뭉쳤다. 이재오 전 의원이 최근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는 것.
이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떠났다. 그 후 2017년 1월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했지만 이달초 당을 해산하고 4만명의 늘푸른한국당 당원들을 데리고 한국당에 귀순했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늘푸른한국당의 자유한국당 입당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당 안팎에선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직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그들이 이제 다시 함께 보수정권 창출을 목표로 같은 길을 걷게 됐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재오 전 의원의 인연은 20여년 전 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혁공천’을 단행한다. 이전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던 신한국당으로서는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참신한 인물이 필요했던 것. 그때 민중당 소속이었던 이재오 전 의원과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했던 홍준표 대표도 ‘YS 키즈’로 이름을 올리며 신한국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개혁공천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정치 생활을 함께 시작했지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국회에 입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야당의 설움을 겪어야 했던 탓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하면서 당시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15대 국회때 우리가 초선으로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야당이 돼 10년간 험한 길을 거쳤다. 그야말로 야당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그 시절에 피눈물 나는 싸움이 없었으면 당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또 그때는 대여투쟁을 할 줄 아는 사람도 없었다. 10년간 그 생활을 하면서 정권을 되찾는 일에 가장 앞장섰던 사람이 홍준표 대표였다”라고 회고했다.
최병국 늘푸른한국당 상임고문, 김성태 원내대표,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늘푸른한국당의 자유한국당 입당식에서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최상수 기자 kilroy023@ |
10년여 간의 대여투쟁 이후에도 두 사람은 ‘친이계’로 활동하며 같은 길을 갔다. 이재오 전 의원은 자타공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홍준표 대표도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BBK의혹을 방어하고, 2008년과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활동하며 정부 초기 입법을 책임지는 등 이 전 대통령과 가까이서 그를 도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레 박근혜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때문에 홍준표 대표는 스스로를 “박근혜 정부 내내 4년 동안 핍박만 받았던 사람”이라고 할 정도였고, 이 전 의원도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등 수난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이 전 의원이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탈당해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하면서 둘은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이후 이 전 의원은 대선을 출마하는 홍 대표를 향해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좀 걸리지 않느냐며 일침을 가했다. 또 홍 대표가 본인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생긴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꼼수 정치인’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둘 사이에도 균열이 생기는 듯 했지만 지난해 7월 홍 대표가 자유한국당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홍 대표는 지난해 말 이재오 전 의원과 사적으로 만나는 등 보수 통합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공식 석상에서도 홍 대표는 늘푸른한국당과 곧 합쳐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늘푸른한국당의 자유한국당 입당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최상수 기자 kilroy023@ |
홍 대표의 말은 곧 현실이 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세력을 집결하는 차원에서 이 전 의원이 대표로 있던 늘푸른한국당을 해산하고 자유한국당에 입당키로 한 것. 그는 입당식에서 “나간지 2년만에 4만여명에 달하는 당원을 데리고 온 거면 잘 된 장사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다.
홍 대표는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님이 들어오시면서 한국 우파진영의 통합은 이제 완성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두 힘을 합쳐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이번 선거에 한 마음으로 대응하자”고 환영인사를 밝혔다.
이재오 전 의원의 입당으로 한국당은 보수 세력을 총 결집해 지방선거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의원은 입당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입당을 한다고 하니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잘했다’고 하시더라”라며 “지방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홍 대표가 정하겠지만, 하나가 됐으니 홍 대표 지도력 아래 국민들이 ‘저정도면 나라 맡겨도 되겠다’ 할 때까지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