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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체험 공포'다…'곤지암', 韓 호러물 패러다임 바꿀까 (종합)

기사입력 : 2018년02월21일 13:21

최종수정 : 2018년02월21일 13:21

<사진=쇼박스>

[뉴스핌=장주연 기자]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괴담에 ‘체험하는 공포’라는 새로운 시도를 더했다. 티저 예고편 공개 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곤지암’이 올봄 출격 준비를 마쳤다.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아이파크몰CGV에서는 영화 ‘곤지암’ 풋티지상영회 및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는 메가폰을 잡은 정범식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유제윤이 자리했다.

‘곤지암’은 ‘기담’(2007) 정범식 감독의 새로운 체험공포 영화.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CNN에서 선정한 공포 체험의 성지 곤지암 정신병원에서 7인의 공포 체험단이 겪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을 그렸다.

이날 정범식 감독은 “세계적으로 호러 영화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고 한국에도 팬 층 두터워졌다. 그런데 한국 관객이 아쉬워하는 게 한국 호러 영화가 세계 수준으로 못가는 거다. ‘기담’ 찍은 지 11년째다. 새로운 호러 영화로 붐도 일으키고 이런 장르도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탈출’(2013)도 엘리베이터 괴담을 모티브로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한 작품이다. 이번에도 모두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현실로 재가공한다면 어떨까 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어 배경이 된 곤지암 정신병원에 대해 “많은 자료가 있다. 그걸 보면 복도가 있고 양쪽에 병실이 있는 형태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가공하면 너무 단순해져서 설정만 가져와서 새롭게 만들었다. 대신 그 사연과 정서가 깃든 곳이 필요했다. 전국 흉가, 버려진 건물을 찾던 중 부산 영도 해사고를 보고 거기에 세팅했다”며 “우리 영화에서 공간 역시 주인공이고 각각의 캐릭터다. 그래서 그 안에 또 실험실, 치료실, 402호 등의 설정을 비주얼적으로 구현하는 게 숙제였다”고 말했다.

차별점도 언급했다. 가장 큰 차이는 상업 영화 최초로 러닝 타임 대부분을 배우들이 직접 촬영했다는 것. 특히 ‘곤지암’은 고프로 히어로 5 블랙, 고프로 히어로 5세션, 캠코더, 오스모, VR, 드론 등 총 6대, 최대 19대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했다. 또 ‘체험 공포’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위해 여타 공포영화와 달리 모든 배경 음악과 효과음을 과감히 제외, 공간음(앰비언스)만을 활용했다.

이와 관련, 정범식 감독은 “외국에 보면 배우들이 카메라를 한두 대 들고 나와서 찍는 연기를 한다. 하지만 그런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따라가면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없었다. 촬영 감독과 회의 끝에 특별한 장치를 생각했다. 배우 얼굴을 보여주는 페이스 캠, 시점을 보여주는 POV 캠을 구동하고 캠코더나 VR을 한 명씩 들고 가는 거다. 특정 공간에서는 스태프 없이 배우들이 롱테이크로 찍기도 했다. 과도한 음악도 뺐다. 인위적으로 공포를 조작하지 않고 현실 사운드, 공간 소음을 설계해서 살아 움직이는 듯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은 캐스팅 과정에서도 계속됐다. 출연진 모두를 신인 배우로 기용한 것. 정범식 감독은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유제윤, 이승욱 등 호러 타임즈의 일곱 멤버를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기성 배우, 스타 배우를 기용하면 캐릭터가 아닌 그 인물이 실제 가진 아우라나 과거가 투영해서 보게 된다. 몰입도를 높이는 데 방해된다”는 게 정범식 감독의 설명이다.

행동파 멤버 지현으로 합류한 박지현은 오디션 당시를 떠올리며 “많은 오디션을 봤는데 ‘곤지암’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차 개별 오디션 때는 자기소개 하는 걸 촬영하더니 다시 반말로 한 번 더 해보라고 했다. 처음이라 신선하고 재밌었다. 2차 때는 조별로 연기했다. 그런 경험 덕에 촬영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실감 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배우들의 특별한 경험은 촬영 후에도 계속됐다. 앞서 언급했듯 연기 외에 직접 촬영까지 소화했기 때문. 메인 카메라 담당 성훈 역의 박성훈은 “처음에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기계와 친한 편이 없어서 카메라 잡은 경험이 적었다. 근데 촬영장 가면 콘티 설명을 자세히 해주셨다. 제 마음대로 찍으라고 하고 칭찬도 해주셨다. 그렇게 용기를 많이 주셨다”고 감독 이하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공포영화답게 배우들은 오싹한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겁쟁이 맏형 제윤으로 분한 유제윤은 “부산 숙소에서 경험한 거다. 촬영하러 나가면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정돈해준다. 그날은 촬영 마치고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더라. 근데 커튼만 열려 있었다. 분명히 커튼을 쳤는데 이상했다. 카운터에 가서 여쭤봤더니 거기서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직 누가 그런지 모른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을 놓고는 다시 정범식 감독이 입을 열었다. ‘곤지암’은 실존하는 지역명을 제목과 소재(곤지암 정신병원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남양신경정신병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지난 1996년 폐원했다)로 차용, 개봉 전부터 우려를 샀다. ‘곤지암 괴담’으로 주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를 소재로 한 공포 영화까지 개봉하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실제 광주시는 지역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제작사와 배급사를 상대로 제목을 바꿔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또 부지 소유주는 법원에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다.

정범식 감독은 “그쪽에 피해가 가면 당연히 안 되는 거다. 지자체와 제작사 측에서 윈윈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며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사실 시나리오 단계 때 이런 우려가 나왔다. 근데 이게 실제 상황이면 뉴스나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오지 멀티플렉스에 먼저 걸리겠느냐. 우리는 모티브로 해서 상상으로 만든 거다. 새로운 시도와 형식이 가미된 영화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곤지암’은 오는 3월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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